반세기 한국 현대사의 민낯…'두 번의 계엄령 사이에서'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억만장자의 거리 = 캐서린 클라크 지음. 이윤정 옮김.
한국에서 집값은 정권의 향방을 좌우하는 민심의 기폭제다. 아이를 낳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하나의 준거 잣대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집값은 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우리나라도 수십억원대 집이 널렸고, 급기야 100억원대 집까지 등장할 정도로 십 수년간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지만, 아직 뉴욕의 마천루에는 미치지 못한다. 세계 부호들이 경쟁적으로 거액을 쏟아부으며 뉴욕 고층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부동산 전문 기자인 저자가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인근 '억만장자의 거리'를 취재해 책에 담았다. 뉴욕 맨해튼 57번가에 위치한 '억만장자의 거리'는 1.6㎞에 불과하지만, 300m 이상 높이 솟은 건물이 쭉 늘어서 있다.
20세기 초에는 미국의 부자들이 이 거리로 모여들었고, 1970년대부터는 전 세계 부호들이 거주하기 시작했다. 부유층은 콘도를 구매했고, 더 많은 돈을 버는 데 혈안이 된 부동산 업자들은 더 높은 고층 타워를 짓기 시작했다. '원 57', '432 파크 애비뉴', '센트럴파크 타워' 등의 마천루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런 높은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뉴욕 도심 스카이라인도 바뀌었다. 이로인해 센트럴파크에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공원을 찾는 시민들은 한낮에 충분한 일조량을 얻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한다. 시민들은 고층 건물 탓에 볕이 차단됐다며 시위도 벌인다.
책에 따르면 뉴욕은 고층 전망대나 식당처럼 대중에게 공개된 공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 자리를 유명인, 금융업자, 러시아 올리가르히,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등 세계 초부유층이 차지하고 있다. 저자는 "만약 이 건물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부자들은 아파트가 아니라 골드바를 거래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잇담북스. 이윤정 옮김.

▲ 두 번의 계엄령 사이에서 = 김명인 지음.
문학평론가이자 젊은 시절 학생운동에 앞장섰던 저자가 1979년 발령된 비상계엄과 지난해 말 발생한 비상계엄을 경험하면서 겪은 소회를 적은 회고록 성격의 에세이다.
20대 초반에 겪은 계엄령에서 시작된 오랜 우울증은 "말년에 맞이하게 된 이 희극적인 또 한 번의 계엄령과 이에 맞서는 젊은 시민들의 놀라운 투쟁을 겪으면서 놀랍게도 씻은 듯 사라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삶은 한국 근대사를 집약한다. 독재에 기반한 압축성장과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한 '열쇠 말'이었는데, 그는 이 두 개 사건을 모두 경험한 세대였다.
저자는 대학교 4학년 때 서울대 교내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인 '무림사건' 주동자로 몰리면서 2년 7개월간 수형생활을 했다. 이후 무역 대리점 사원을 거쳐 출판사 '풀빛'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민중적 민족 문학론을 대표하는 문학평론가로 활약했다.
책은 지난 반세기의 민주화 및 포스트 민주화 시대를 고투하며 살아온 한 사람의 내면 풍경을 조명한다.
돌베개. 512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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