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사비스 vs 올트먼…AI 전쟁 승자는 누가 될까
연합뉴스
입력 2025-06-26 15:01:17 수정 2025-06-26 15:01:17
실리콘밸리 생태 조명한 신간 '패권'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완승한 후 딥마인드 수장 데미스 허사비스는 당시 바둑 세계랭킹 1위 커제와 알파고의 대국을 추진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겨도, 져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알파고가 승리한다면 인간을 거듭 물리치는 AI에 대한 불쾌감이 늘어날 거라 생각했다. 패배한다면 한국에서 얻은 화려한 명성이 무너질 터였다.

그러나 중국 진출을 간절히 염원하던 구글 지휘부의 설득 탓에 어쩔 수 없이 대국을 추진했다. 다만 마지막 안전장치는 뒀다.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썼던 수백 대의 컴퓨터 대신 구글이 개발한 칩 1개만 들어간 '머신'만으로 알파고를 작동할 예정이었다. 이렇게 하면 인간 챔피언을 격파하려는 또 다른 시도가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을 테스트한다는 실험으로 대국을 설명할 수 있었다. 설사 지더라도, 기존 사양보다 컴퓨터 성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었다. 알파고는 차·포를 떼고 둔 셈이지만, 커제를 3-0으로 완파했고, 이후 그 어떤 인간도 알파고에 도전장을 내밀지 못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연합뉴스 자료사진]

허사비스는 지략가였다. 어린 시절부터 게임에 능통했고, 이미 11세 때 14세 이하 기준 세계 체스 랭킹 2위에 오른 실력자였다. 그러나 체스는 그저 게임일 뿐이었다. 갑자기 흥미가 사라진 그는 공부에 매진해 16세에 케임브리지대에 합격했다. 학교에선 너무 어리다며 1년 뒤에 입학할 것을 권했다. 그는 게임 회사에 들어가 아르바이트했고, 곧 주목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게임 회사를 세웠지만 잘 안됐다. 기술 부문에만 집중한 나머지 게임 방식과 플롯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위대한 망작' 몇 편을 만든 후 허사비스는 사업을 접었다. 인간 뇌에 관심이 간 그는 학교로 돌아가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딥마이드라는 회사를 만들며 AI 산업에 뛰어들었다.

샘 올트먼 오픈 AI CEO[연합뉴스 자료사진]

게임광이었고, 외로운 수학 천재였던 허사비스와는 달리 샘 올트먼은 외향적인 인물이었다. 허사비스처럼 컴퓨터에 푹 빠져 지냈지만, 리더십도 있었다. 그는 거리낌이 없었다. 동성애자라는 사실도 주변에 숨기지 않았다. 스탠퍼드대에 들어간 그는 사업을 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뒀고, 야심 차게 스타트업을 세웠으나 첫 실패를 맛봤다. 실패 후 1년간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책 읽고, 여행하며 시간을 탕진하는 듯 보였으나, 그는 나름의 철학을 세워가는 중이었다. 이후 실리콘밸리의 투자사에서 일하면서 독특한 사상과 철학으로 실리콘밸리의 '구루'(영적 스승)로 자리매김했다. 투자에 대한 안목을 점점 키워가던 중, 그는 런던에서 허사비스가 외롭게 개척하고 있던 AI 산업에서 가능성을 보고, 직접 그 업계로 뛰어든다.

노벨상 수상 후 데미스 허사비스가 노벨위원회에 기증한 물품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출간된 '패권'(문학동네)은 202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이자 구글 딥마이드 대표인 허사비스와 올트먼 오픈 AI 대표의 삶과 그들의 경쟁을 통해 AI 산업의 역사를 정리하고, 향후 산업 전망 등을 예측해 본 책이다. 책은 이 둘의 이야기를 비롯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 다양한 실리콘밸리 스타들의 이야기를 녹여 현재 AI 산업의 총체적인 그림을 보여준다. 블룸버그통신의 기술 담당 전문기자이자 이 책의 저자 파미 올슨은 이들의 꿈, 기술과 철학, 종교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실리콘밸리라는 '꿈의 무대'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오픈 AI 로고[EPA=연합뉴스]

책의 탁월한 점은 저자가 단순히 AI 기술의 현황과 업계 상황을 실감 나게 조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보다는 실패에서 찾은 성공의 실마리, 세월에 따라 퇴락해가는 사람들의 꿈, 자본에 고개를 숙이고 마는 대의(大義), 관료제와 기존 수익체계에 함몰돼 내부의 창의적인 실험을 외면하다 된서리를 맞는 기업의 경직성 등 인간사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승과 몰락의 이야기, 좌절과 희망의 이야기를 약동하는 문체로 담아냈다.

중원을 통일하기 위해 싸우는 '삼국지'의 인물들처럼, 책에 등장하는 실리콘밸리의 스타들은 미래 기술을 선점해 독점하고, 또 그로 인해 더 큰 부를 창출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정에서 그들은 삶에서 점점 패배해 간다. 큰돈을 벌고 명성을 얻었을지 모르지만, 젊은 날 추구하던 이상과는 분명히 멀어졌다는 점에서다. 저자는 그런 인생사를 AI라는 첨단 기술 이야기로 포장해 우리에게 들려준다.

이수경 옮김. 436쪽.

[문학동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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