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최근 이적설이 불거진 파리 생제르맹(PSG)의 이강인이 동료 비티냐의 배려로 7개월 만이자 PSG에서의 마지막 골이 될 수도 있는 득점포를 터뜨렸다.
이강인은 지난 16일(한국시간) 미국 LA에 위치한 로즈볼 경기장에서 열린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팀 동료 비티냐의 따뜻한 양보 속에 페널티킥으로 7개월 만에 극적인 득점포를 가동했다.
이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로 파비안 루이스, 비티냐, 세니 마율루의 골로 승기를 잡은 PSG는 후반 추가시간 이강인의 페널티킥 쐐기골까지 더해 4-0 대승을 거뒀다.
이강인은 이적설로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동료들의 끈끈한 신뢰를 재차 확인했다. 다만 이적 가능성이 높아 이번 득점이 PSG에서의 마지막 골이 될 수도 있게 됐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끄는 PSG는 이날 아틀레티코를 상대로 유럽 챔피언의 위용을 과시했다. 전반 19분 파비안 루이스가 박스 밖에서 왼발로 골문 하단 구석을 노린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추가시간 비티냐가 직접 드리블로 돌파해 들어간 후 추가골을 터뜨렸고, 후반 42분에는 신예 세니 마율루가 세 번째 골로 격차를 벌렸다. 이대로 끝나는 듯했으나 후반 추가시간 로빈 르노르망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이 선언되면서 이강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이강인은 세계적 골키퍼 얀 오블락과의 수싸움에서 승리했다. 오블락을 완벽히 속여 다이빙하는 반대 방향으로 가볍게 차 넣었다.
이 득점 뒤에는 감동적인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프랑스 매체 RMC스포츠에 따르면 이날 PSG의 공식 페널티킥 키커는 비티냐였다. 그러나 페널티 스팟으로 향했던 비티냐는 득점이 절실했던 동료 이강인에게 기회를 양보했다.
비티냐는 "아주 간단한 얘기다. 우리는 이미 3-0으로 앞서고 있었다. 나는 미드필더이고 이강인은 공격수다. 그런 점수 차라면 나는 나보다 더 많은 골을 넣어야 하는 공격수에게 페널티킥을 맡길 수 있다. 그게 전부다. 아주 간단하다"고 말했다.
이어 "루이스 엔리케 감독님과 다른 키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오늘은 내가 차는 것이었다. 나는 PSG에서 12골을 넣은 이강인이 자신감을 빨리 되찾길 바란다"며 진심 어린 응원을 보냈다.
이강인은 지난해 11월 앙제전 멀티골 이후 무려 7개월 동안 득점이 없었다. 시즌 후반기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나며 마음고생이 심했던 이강인에게 비티냐의 양보는 단순한 득점 기회 이상의 의미였다.
골 직후 이강인은 비티냐를 가리키며 고마움을 표했다. 주앙 네베스, 아슈라프 하키미 등 동료들도 모두 달려와 이강인의 득점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며 끈끈한 동료애를 과시했다.
이날 득점은 힘겨운 시기를 보내던 이강인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시즌 후반기 들어 겨울 이적시장에 합류한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와 기존 자원인 우스만 뎀벨레, 데지레 두에 등에게 밀려 출전 기회를 거의 잡지 못했다.
특히 가장 중요한 무대였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벤치에서 보내야 했다. 한국 축구 에이스 이강인에게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는 일이었다.
결국 출전 시간에 대한 불만으로 이강인은 이번 여름 이적을 고려하고 있으며, 현재 이탈리아 나폴리와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공식적인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이강인 역시 나폴리 이적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폴리 다음에는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등장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뛰고 있는 알나스르가 이강인에게 관심이 있다는 보도였다. 프랑스 매체 르10스포츠에 따르면 PSG와 알나스르가 깜짝 합의를 앞두고 있으며, 알나스르가 이강인을 영입하기 위해 PSG와 접촉했다.
이강인은 2028년 여름까지 PSG와 계약돼 있지만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이적설을 봤을 때 올 여름 떠나는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나폴리, 사우디 뿐만 아니라 프리미어리그, 분데스리가, 라리가에서도 이강인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적설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처럼 거취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터진 이번 득점은 이강인의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32개 구단 체제로 개편된 클럽월드컵 역사상 첫 득점을 기록한 한국 선수라는 의미 있는 기록도 남기게 됐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이강인은 동료의 따뜻한 배려 속에 값진 골을 기록하며 다시 웃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번 득점이 PSG에서의 마지막 득점이 될 수도 있다.
PSG는 오는 20일 보타포구, 24일 시애틀 사운더스와 조별리그 경기를 치른다. 이강인이 나머지 두 경기에도 출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