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부진한 리그 성적에도 불구하고 토트넘 홋스퍼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린 업적을 인정 받는 걸까.
토트넘 홋스퍼의 17년 무관을 끝내며 구단 역사에 이름을 남긴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례적인 해고를 당한 뒤, 축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유계약(FA) 상태의 감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의 다음 행선지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프로 리그의 명문 구단 알아흘리가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접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포스테코글루 본인은 여전히 프리미어리그 복귀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분간 그의 향방을 둘러싼 관측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4-2025시즌은 포스테코글루에게 극단적인 희비가 공존했던 해였다.
그는 토트넘을 이끌고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에 진출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고 마침내 '무관' 클럽이라는 토트넘의 오명을 씻어냈다.
이 승리는 토트넘이 2008년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 만에 거둔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이자, UEFA 클럽대항전에서는 구단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순간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정작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상황이 정반대였다. 토트넘은 시즌 내내 불안정한 경기력에 시달리며 38경기 중 22경기를 패했고, 승점 36점으로 리그 17위에 그쳤다.
이는 승점 30점대를 기록했던 입스위치 타운, 레스터 시티, 사우셈프턴을 간신히 앞서는 성적으로, 강등권 바로 위라는 최악의 성적표였다.
이 같은 리그 성적은 결국 포스테코글루의 경질로 이어졌다.
토트넘은 시즌 종료 16일 만에 포스테코글루와 결별을 선언했으며, 브렌트퍼드의 토마스 프랑크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구단 측은 경질 사유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지만, 리그 성적과 선수단 장악력 문제, 그리고 전술적 유연성 부족이 누적되며 신뢰를 잃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포스테코글루가 첫 번째로 구체적인 접촉을 받은 클럽은 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의 알아흘리다.
공신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영국 유력지 '디 애슬레틱'의 14일자 보도에 따르면, 알아흘리는 현재 감독 마티아스 야이슬레 거취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포스테코글루를 차기 감독 후보로 낙점하고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이슬레 감독은 독일 출신의 젊은 지도자로, 지난 시즌 알아흘리를 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으며 능력을 입증했다.
특히 리야드 마레즈, 로베르토 피르미누, 아이반 토니, 에두아르 멘디 등 유럽 빅리그 출신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조화시켜 전술적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하지만 야이슬레는 계약 연장을 거부하고 있으며, 이미 프리미어리그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독일의 RB라이프치히 등 유럽 복귀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알아흘리는 포스테코글루에게 공식적인 관심을 전달했고, 매체에 따르면 이미 양측 간의 대화는 빠르게 진전 중이다.

알아흘리가 포스테코글루에게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의 아시아 무대 경험인 것으로 알려진다.
포스테코글루는 일본 J리그의 요코하마 F. 마리노스를 이끌고 2019년 J리그 챔피언에 올랐고, 호주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아시안컵 우승도 차지한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의 파격적인 제안은 이미 유럽 감독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로 자리잡고 있다.
알힐랄, 알나스르, 알아흘리, 알잇티하드는 모두 사우디 국부가 공동투자금으로 직접 운영하며, 막대한 투자 여력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다.
포스테코글루가 알아흘리의 제안을 받을 경우, 현재보다 몇 배 높은 연봉과 최첨단 훈련 인프라, 챔피언스리그 방어라는 명확한 목표를 제공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영국 유력지 '텔레그래프'는 15일자 후속 보도를 통해 "포스테코글루가 사우디의 막대한 금전적 유혹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어리그 복귀를 더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코틀랜드 매체 '더 셀틱 스타' 역시 해당 사실을 전하면서 "포스테코글루가 사우디에서 몇 년 일하면 경제적으로는 남은 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감독 특성상 그는 여전히 유럽 무대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완성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에게는 아직 잉글랜드 무대에서 재도전하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 실제로 여러 프리미어리그 중위권 클럽들이 그를 차기 감독 후보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포스테코글루가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보여준 공격적인 축구 철학과 선수단 활용 능력은 여러 구단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셀틱 시절 트레블을 달성하며 확고한 리더십을 입증했고, 토트넘에서도 제한된 자원 속에서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낸 점은 특히 그가 주목받는 이유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의 브렌트퍼드, 웨스트햄 등이 차기 감독 선임을 준비 중이며, 일부 구단은 포스테코글루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테코글루 본인은 당장의 결정보다는 여름 이적시장 상황과 유럽 내 감독 이동을 지켜본 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환경을 선택하겠다는 입장이다.
알아흘리는 현재 포스테코글루의 거절에 대비해 바르셀로나에서 경질된 사비 에르난데스에게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비는 바르셀로나 감독직에서 내려온 후 여전히 축구계에 복귀하지 않은 상태이며, 포스테코글루와 함께 알아흘리의 리스트에 올라 있는 인물이다.
만약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해당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알아흘리는 사비라는 차선책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과연 포스테코글루가 사우디의 부름을 받을지, 혹은 유럽 정상 무대를 향해 다시 도전장을 내밀지, 세계 수많은 축구 팬들과 클럽들이 그의 선택을 주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