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 게임기 40년의 기록: 1983-2023 세가 게임기 투쟁사』(오쿠나리 요스케)를 덮으며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왜 지금 게임기 시장을 주도하는 건 소니와 닌텐도가 되었을까? 역자는 세가를 삼국지의 촉나라에 비유한다. 사람들이 조조의 이야기가 아닌 유비와 관우의 이야기를 더 사랑하듯, 세가는 늘 2인자였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기자는 잡지 『게임월드』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PC 게임과 일본어를 조금 알고, 글쓰기에 약간의 자신감이 있었던 덕에 잡지사에 합격해 홍대 동교동 사무실로 첫 출근을 했다. 처음 맡은 분야는 PC 게임이었지만, 곧 3DO라는 게임기를 담당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사내 서열에 따라 게임기를 배정받았다. 최고참이 PC를, 그다음이 플레이스테이션(PS), 세가 새턴, 아케이드, 그리고 막내인 기자가 3DO를 맡았다.

당시 세가 새턴을 담당했던 선배는 게임에 진심이었다. 그의 게임에 대한 태도는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열정 그 자체였다. 그는 진정한 덕후였고, 일과 취미가 하나가 되는 ‘덕업일치’의 전형이었다. 또 한 명, 『게임챔프』에서 드림캐스트를 담당했던 후배도 떠오른다. 세가사탄시로에 빙의해서 외치던 “드림캐스트!”의 포효는 지금도 생생하다.
『세가 게임기 투쟁사』를 읽으며 그 선배와 후배의 모습이 오롯이 되살아났다. 당시 게임기 서열처럼, 세가는 늘 2인자였다. 패미컴 시절에는 닌텐도에 밀려 2위였고, 차세대기 전쟁에서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에 밀려 세가 새턴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세가는 늘 도전적이었다. 닌텐도가 흑백 게임기를 선보일 때 컬러로 응수했고, 2D 게임이 주류였을 때 3D 그래픽으로 앞서갔다. 기술 혁신으로 시장을 선도하려는 세가의 노력은 언제나 인상 깊었다. 비록 오늘날 게임기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닌텐도가 주도하지만, 40년간 이어온 세가의 발자취는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