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 속 EIA 전망치 수정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드릴 베이비 드릴'로 상징되는 원유 증산을 강조하고 있지만 유가 약세 속에 미국의 내년 원유 생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미 정부기관 전망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은 '단기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루 1천342만 배럴(bpd)가량인 미국 원유 생산이 내년 1천337만 배럴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EIA는 내년 생산량 전망치를 지난달 발표 때보다 12만 배럴 낮춰잡았으며,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코로나19 확산 당시인 2020∼2021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내 원유 생산이 줄어들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셰일오일 시추 관련 규제를 철폐하고 미국 내 석유 생산을 늘리겠다고 공약했고, 취임 초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유가가 내려가면 인플레이션·고금리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미국 셰일오일 업계는 규제 완화 정도와 관계 없이 증산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시추업체인 다이아몬드백에너지는 이미 생산량이 고점을 찍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증산에 나서고,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국제 유가가 하락 압력을 받는 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연고점 대비 15% 넘게 하락해 배럴당 65달러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이는 셰일 업계의 손익 분기점보다 낮은 수준이다.
WTI의 배럴당 평균 가격은 올해 62.33달러 수준에서 움직이다 내년 55.58달러로 떨어질 수 있다고 EIA는 예상했다.
EIA는 "가동 중인 시추 굴착 장비가 줄면서 내년에 미국 업체들의 시추 및 유정 완공 건수가 감소할 전망"이라면서 "가동 중인 장비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적어졌다"고 밝혔다.
유전서비스업체 베이커휴스에 따르면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굴착 장비는 442기 정도이며 일주일 전 대비 9기, 1년 전 대비 50기 줄어들었다.
원유 생산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원자재인사이트는 올해 중순부터 내년 말까지 총생산이 64만 배럴 줄어들 수 있다고 최근 전망한 바 있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