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70대의 노장이 조국 이탈리아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다시 발벗고 나선다.
이탈리아 매체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지난 9일(한국시간)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 경질을 발표한 이탈리아축구연맹이 새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클라우디오 라니에리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7일, 스팔레티 감독이 이끄는 이탈리아는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울레볼 스타디온에서 열린 노르웨이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캐나다-미국-멕시코 공동 개최) 유럽지역에선 첫 경기에서 0-3 완패를 당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유럽지역예선은 총 54개국이 12개 조로 나뉘어 대회를 진행한다. 11월까지 진행되는 기존 조별 예선은 각 조 1위 팀이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얻는다.
16장 중 남은 4장은 각 조 2위 12개 팀과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4강 팀 중 유럽 예선 1~2위에 들지 못한 팀이 내년 3월 진행되는 UEFA 플레이오프에 출전해 주인을 가릴 예정이다.

이탈리아는 노르웨이를 비롯해 이스라엘, 에스토니아, 몰도바와 I조에 속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3월에는 네이션스리그 8강 1, 2차전을 치르면서 뒤늦게 유럽 예선에 참여했다. 8강에서 독일에게 패하면서 네이션스리그에서 주어지는 플레이오프 출전권을 얻지 못한 이탈리아는 조별 예선에서 최소 2위 안에는 들어야 한다.
그런데 첫 경기부터 노르웨이한태 완패를 당하면서 스팔레티 감독이 궁지에 몰렸고 결국 10일 열린 몰도바전을 앞두고 이탈리아축구연맹은 스팔레티 경질을 발표했다.
스팔레티는 몰도바전을 2-0으로 승리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제 이탈리아는 빠르게 새 감독을 뽑아 재정비에 나선다.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라니에리가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할 거라고 전망했다.
매체는 "이탈리아축구협회가 라니에리를 가장 먼저 검토했다. 가브리엘레 그라비나 회장도 라니에리의 풍부한 경험과 이탈리아 축구에 대한 깊은 애정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라니에리도 전화를 받고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라니에리가 현재 AS로마의 경영진으로 부임한 상태여서 대표팀 감독직 겸임이 가능한지가 관건이다. 프리드킨스가 겸업을 일단 허용했다. 구단의 기술 고문이자 회장의 개인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라며 "역사적으로도 겸업한 전례가 많다. 알렉스 퍼거슨 경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하면서 스코틀랜드축구협회의 선수 선발 권한을 가진 임원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협회가 라니에리의 겸업이 위법일 가능성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받았고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라면서 법적인 걸림돌도 없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탈리아축구협회 규정 40조 4항 '같은 스포츠 시즌에 이탈리아축구협회 국가대표팀 감독과 그 대리인을 담당하는 코치들이 상호 합의에 의해 경제 계약이 종료되지 않는 한, 회원이 되거나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클럽 활동을 수행할 수 없다'는 내용을 검토했다.
매체는 "라니에리의 새 역할인 프리드킨스의 고문 역할이 로마 구단의 자동적인 멤버십을 제공하지 않는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예를 보면, 2024-2025시즌에 그는 AC밀란 구단주 레드버드 그룹의 고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AC밀란 조직도에 어떤 역할로도 나타나지 않았다"라는 점을 설명했다. 라니에리가 구단 외부의 컨설턴트라고 밝힌 것이다.
따라서 라니에리는 조만간 이탈리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탈리아는 지난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 대회에 두 번 연속 불참했기 때문에 이번 북중미 대회에서는 반드시 본선에 진출해 자존심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노장이면서 이미 감독 생활을 한 차례 정리하려 했었던 라니에리에게 이탈리아 대표팀의 운명을 맡기며 승부를 걸었다.
1951년생으로 73세인 라니에리는 수많은 경험을 거쳤다. 이탈리아 무대에서 무수히 많은 경험을 한 것은 물론 발렌시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첼시, 레스터 시티, 풀럼, 왓포드(이상 잉글랜드), AS모나코, 낭트(이상 프랑스) 등 많은 국가에서 클럽팀을 이끌었다.
특히 라니에리는 피오렌티나에서 코파 이탈리아 우승, 발렌시아에서 코파델레이 우승, 모나코의 1부 승격 등을 이끌었고 2015-2016시즌에는 레스터를 이끌고 동화 같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끌며 만년 2위 감독이라는 오명을 씻었다.
최근에는 칼리아리의 2022-2023시즌과 2023-2024시즌 모두 세리에A 잔류를 이끌었고 2024-2025시즌 중도에 부임한 로마를 15위에서 5위로 수직 상승시키며 다음 시즌 UEFA 유로파리그 출전으로 이끌었다.
여전히 지도력이 유지되는 라니에리를 선임한 이탈리아는 통산 4회 우승에 빛나는 월드컵 챔피언의 추락한 위상을 본선 진출로 되찾으려 한다. 노장이 조국을 12년 만에 본선 진출로 구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