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송재학 열두 번째 시집 '습이거나 스페인'
연합뉴스
입력 2025-06-10 15:37:46 수정 2025-06-10 15:37:46
나태주 산문시 모음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이재무 '정다운 무관심'·안미린 '희소 미래'


'습이거나 스페인' 표지 이미지[문학과지성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습이거나 스페인 = 송재학 지음.

"목발뼈 발배뼈 입방뼈 쐐기뼈라는 순롓길을 짚으면서 스페인을 다녀온 뒤 한동안 비에 젖거나 비를 찾아다닌 꿈이 나를 간섭했습니다"(시 '습이거나 스페인'에서)

비가 옷에 스며들듯이 꿈이 나에게 간섭한다. 생의 분명한 세계와 꿈의 불분명한 세계 사이 단단해 보이던 경계가 무력해지고, 이로써 세계는 넓어진다.

독창적인 시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소월시문학상, 목월문학상, 이상시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받은 송재학 시인의 열두 번째 시집이다.

꿈과 현실, 죽음과 삶, 타인과 자신 등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58편의 시가 수록됐다.

송재학은 '시인의 말'에서 "시 쓰기는 어떤 육체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늘 되풀이했다. 사람과 풍경에 대해서도 그러했다"며 시의 본질을 집요하게 탐구했다고 이야기했다.

문학과지성사. 108쪽.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표지 이미지[김영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 나태주 지음.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는 말씀이에요."(시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에서)

국민 애송시 '풀꽃'의 나태주 시인이 등단 54년 만에 처음으로 펴낸 산문시집이다. 그간 펴낸 시집들에 수록된 산문시에 미발표작들을 더해 총 123편을 수록했다.

5부로 이뤄진 시집은 197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산문시를 연대별로 묶었다. 시인 특유의 소박하고 정감 가는 시어로 삶과 사랑, 사람다움의 의미를 되새긴다.

김영사. 212쪽.

'정다운 무관심' 표지 이미지[천년의시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정다운 무관심 = 이재무 지음.

"조석으로 한강 변에서 만나는 / 도열한 잡목들, 철 따라 피는 / 형형색색의 꽃들, 장단 완급으로 / 굽이치는 강물, 공중을 나는 새들은 / 사람에게 무관심하나 얼마나 정다운가."(시 '정다운 무관심'에서)

자연은 비록 무심하나 인간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무한한 위로와 기쁨을 선사한다.

자연과 인간 사이의 거리를 따뜻하게 관조한 이재무 시인의 신작이다. 1983년 등단한 시인은 40년 넘게 쌓아온 관록으로 삶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수록된 시 '노래를 불러도 흥이 나지 않습니다'에는 '신경림 시인 영전에'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시의 화자는 "선생님이 안 계신 인사동은 / 마냥 쓸쓸하고 / 선생님이 안 계신 북한산은 / 더욱 적막하기만 합니다"라며 지난해 세상을 떠난 신경림 시인을 그리워한다.

천년의시작. 144쪽.

'희소 미래' 표지 이미지[현대문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희소 미래 = 안미린 지음.

"어디선가 유리 종이 울리고 // 아마도 그것은 정오를 알리는 것이었지만 종이 멈추고 종소리가 남겨질 때 / 도착 없는 희수가 말해주었다 // 이 기억은 미래였구나"(시 '희소 미래 9'에서)

멀고 아름다운 미래에서 현재로 도래할 빛나는 순간과 그에 대한 기대감을 담은 안미린 시인의 신작이다. 32편의 시와 '청레몬'을 소재로 쓴 산문 한 편이 실렸다.

시인은 미지의 존재에 기꺼이 다가서며 그 존재를 '나'의 방식이 아닌 상대의 고유한 방식대로 느끼고 수용하려는 태도를 시에 담았다.

"멀리 내게 도착한 듯한 눈사람을, 천사인데도 유령인 척하는 윤곽을 / 그저 부드러운 기척의 마지막 눈사람을 // 여린 비에 깎이는 눈의 살결을, 눈사람에게 흰 볕은, 흰 늪은 / 눈의 눈꺼풀이 녹아내리는 꿈이라는 것을"(시 '희소 미래-빛의 늪'에서)

현대문학. 108쪽.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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