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비례 위성정당'으로 공천…기본소득당 "승계의원 제명해 돌려보내라"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거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9일 비례대표 국회의원 승계 문제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그 자리를 승계하는 인사들의 당적 문제를 둘러싸고 잡음이 불거지면서다.
앞서 지난해 4월 치러진 제22대 총선에서 민주당, 진보당, 새진보연합(현 기본소득당을 포함한 군소정당의 선거연합) 등 당시 야권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하에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만들었고, 추천 몫을 나눠 비례대표를 공천했다.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인 가운데 군소 정당 몫 인사 4명은 출당 절차를 통해 각자 원래 당으로 복귀했고, 민주연합은 이어 민주당과 합당을 통해 자동 소멸했다.
당선인 14명 중 군소정당으로 돌아간 4명을 제외한 나머지 10명은 민주당 국회의원이 됐다.
이후 위 실장과 강 대변인의 비례의원직 사퇴로 이를 승계할 후보는 손솔 전 진보당 수석대변인, 최혁진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이다. 각각 진보당과 새진보연합 추천 몫이다.
이들은 작년 총선이 끝난 뒤 더불어민주연합이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현재 당적은 민주당이다.
손 전 대변인은 진보당 복귀 의사를 밝혔으나, 최 전 비서관은 "민주당 국회의원이 되겠다"며 기본소득당으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자 기본소득당은 최 전 비서관에 대해 "정치적 사기꾼, 의원직 도둑"이라고 비판하며 민주당에 최 전 비서관 제명을 연일 촉구하고 있다.
비례대표는 당사자가 자진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므로, 이들이 의원직을 유지한 채 당을 옮기려면 민주당이 제명을 해줘야 한다.

민주당은 선뜻 결론을 내지 못하고 숙고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 범여권 정당들과의 연대와 공천 당시 취지를 고려해야 하는 동시에, 원내 의석수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민주당 의석수는 대선 당일까지 171석이었다가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이재명 대통령과 강훈식 비서실장이 사퇴하며 현재 169석으로 줄어있다.
손 전 대변인과 최 전 비서관이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하고 2명 모두 민주당에 잔류한다면 민주당 의석수는 169석으로 유지된다.
진보당 복귀 의사가 있는 손 전 대변인만 내보내면 민주당 의석수는 168석, 최 전 비서관까지 2명 모두를 제명하면 167석으로 줄어든다.
특히 원내 교섭단체 구성과도 맞물려 있다.
현재 범여권 의원은 조국혁신당 12명, 진보당 3명, 기본소득당 1명, 사회민주당 1명,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종민 의원 등 총 18명이다.
만약 손 전 대변인과 최 전 비서관이 각각 복귀한다고 가정하면 조국혁신당 12석, 진보당 4석, 기본소득당 2석, 사회민주당 1석, 무소속 1석으로 달라진다. 원내 교섭단체 구성 요건이 20석이기 때문에 산술적으로는 공동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군소정당들이 공동 교섭단체를 만든다면 원내 협상력을 지렛대 삼아 이재명 정부에 보다 선명한 진보진영 의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대 국회 때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이 공동 교섭단체를 꾸린 전례가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정부 임기 초반 각종 개혁 입법에 군소 정당들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비례대표들을 제명해 돌려보내는 게 낫다는 의견과, 민주당에 잔류한다는 인사를 강제 제명하면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아직 비례대표 문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며 "이제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당의 원내 진출을 돕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거대 정당의 '꼼수 위성정당'이 도입 취지를 퇴색시킨다는 비판이 일찍부터 있었고, 이번 논란도 그 연장선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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