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모바일 중심의 개발 전략에서 벗어나, 글로벌 PC·콘솔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다수의 신작들이 스팀(Steam)을 중심으로 한 멀티플랫폼 전략을 채택하며, 한국 게임 개발의 중심축이 점차 재편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자회사 크로노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액션 MMORPG ‘크로노 오디세이’의 글로벌 비공개 테스트(CBT)를 6월 중 스팀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테스트 신청자는 40만 명을 돌파했으며, 올해 4분기 PC와 PS5, 엑스박스 시리즈 X/S에 패키지 판매(Buy to Play) 방식으로 출시를 예고했다. 언리얼 엔진5 기반의 오픈월드, 시간 조작 시스템 등 독창적 콘텐츠를 앞세운 이 작품은, 기존 모바일 게임 설계에서 흔히 보이던 반복 콘텐츠 대신 ‘자율적 탐험과 몰입도 높은 액션’을 내세우며 콘솔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같은 시기, 엔씨소프트는 자사의 대표 IP ‘블레이드 & 소울’의 후속작 ‘블소 NEO’를 북미와 유럽 시장에 스팀을 통해 출시했다. 기존 퍼플 플랫폼에 한정됐던 서비스를 글로벌 PC 시장으로 확장한 것이다. 핵심 콘텐츠인 고해상도 그래픽과 액션 전투에 더해, 북미·유럽 출시 이후 세 차례에 걸친 빠른 업데이트를 통해 장기적인 운영 의지를 내비쳤다.

이외에도 신작 출시 단계부터 스팀 연동을 강화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크래프톤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렐루게임즈는 심리 공포 협동 게임 ‘미메시스’의 CBT를 스팀에서 진행하며, 이후 ‘스팀 넥스트 페스트’ 참여를 통해 전 세계 게이머와의 접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작품은 AI 기반 위장 심리전이라는 색다른 게임성을 내세워 주목받고 있다.

넥슨 또한 기존 모바일 서브컬처 게임 ‘블루 아카이브’의 스팀 버전을 출시 예고하며 플랫폼 다각화를 선언했다. 스팀 페이지 공개 2일 만에 10만 건 이상의 위시리스트 등록을 기록하며, 해외 시장에서의 잠재력을 확인한 상태다. 모바일 버전과 동일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도, PC에서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강화해 팬덤의 외연 확장을 노리고 있다.

넷마블은 ‘일곱 개의 대죄: Origin’의 콘솔(PS) 플랫폼 확정과 함께, 스팀 페이지를 동시 공개하며 연내 글로벌 멀티플랫폼 출시를 예고했다. 모바일 중심의 수집형 RPG에서 출발한 이 IP는,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 구조와 원작 기반 오리지널 스토리로 무장한 후속작을 통해 콘솔 및 PC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넷마블은 서머 게임 페스트와 퓨처 게임쇼 등 글로벌 쇼케이스를 통해 이 게임의 신규 트레일러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플랫폼 다변화 전략을 넘어, 게임 개발 자체의 기획 철학이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과거 모바일 게임은 높은 수익성과 접근성을 무기로 국내 시장에 집중해 왔지만, 이제는 기술력 기반의 고사양 게임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확장이 새로운 전선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공감대 속에서, K-게임사들이 경쟁력 있는 고사양 콘텐츠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스팀·콘솔 공략에 나서고 있다”며 “스팀을 통한 유통은 글로벌 인지도 확보와 동시에 자체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도 있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중요한 전략적 전환”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 게임사들은 기존 IP의 플랫폼 확장을 넘어서, 스팀과 콘솔을 중심에 둔 신작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이를 위한 내부 인력 재편과 해외 현지 마케팅도 함께 진행 중이다. 이제 K-게임의 ‘글로벌 공략 2막’은, 모바일이 아닌 스팀에서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