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랜 벗, (박)경수야 2003년 생각난다 그치?…고마웠고, 사랑한다" From. 우규민 [현장 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입력 2025-06-03 00:00:21 수정 2025-06-03 00:00:21


(엑스포츠뉴스 수원, 최원영 기자) 박경수에게, 우규민으로부터.

벌써 22년 전 일이다. 2003년 나란히 LG 트윈스에 입단해 프로에 첫발을 내디뎠다. 2014년까지 한솥밥을 먹으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2015년엔 작별 인사를 나눴다. 소속팀이 달라졌지만 둘의 우정만은 그대로였다. 시간이 흘러 2024년 두 친구는 같은 팀에서 재회했다. 그리고 올해 한 친구는 코치로, 또 다른 친구는 선수로 그라운드에 남아있다.

만원 관중 앞에서 영광스러운 은퇴식을 치르는 박경수 옆엔, 변함없이 우규민이 있었다.

LG 출신인 박경수는 2015년 신생팀 KT 위즈로 자유계약(FA) 이적했다. LG에 남아있던 우규민도 FA 자격을 얻어 2017년 삼성 라이온즈로 향했다. 이후 현역 연장 여부를 놓고 고민하던 박경수는 2024시즌을 앞두고 KT 이강철 감독과 나도현 단장이 내민 손을 잡았다. 1년 연장 계약을 맺었다. 

삼성 소속이던 우규민은 2023시즌 종료 후 KBO 2차 드래프트에서 KT의 선택을 받아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1년이라도 같은 팀에서 한 번 더 뛰면 좋겠다"던 두 선수의 농담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적이 확정된 후 우규민은 박경수에게 "너희 동네에 집 구해도 돼?", "너 하루는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 "나 유니폼이랑 등 번호 잘 어울려?" 등을 말하며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박경수 역시 "우리 팀이 우승한다면 서로 우승 반지를 끼워주자", "넌 잘하는 투수라 거의 환갑까지 뛸 수 있을 거야"라고 화답했다. 둘은 "마치 스무살 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 입을 모으며 눈부시게 웃었다.




지난해 박경수는 4월 초 이후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주장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더그아웃 리더로서 선수들을 돌봤다. 우규민은 여전한 실력을 자랑하며 중간계투진의 주축 투수로 활약했다. 2024시즌을 마친 뒤 박경수는 현역 은퇴를 택했다. KT에서 퀄리티컨트롤(Quality Control·QC)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최근엔 1루 주루코치도 병행 중이다. 우규민은 올해도 KT 불펜의 한 축을 맡고 있다.

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박경수의 공식 은퇴식이 개최됐다. 모든 행사를 마친 뒤 두 사람은 그라운드에서 따로 기념촬영을 하며 추억을 쌓았다.

우규민은 이날 박경수가 경기에 투입되던 순간부터 돌아봤다. 박경수는 3-5로 끌려가던 9회초 1사 1루, KIA 최형우의 타석서 오윤석 대신 2루수로 교체 투입됐다. 특별 엔트리로 등록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며칠 전부터 다리에 알이 밸 때까지 펑고를 받으며 출전을 준비하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2루수 박경수 쪽으론 타구가 오지 않았다. 박경수는 9회말 대타 배정대로 교체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정말 뭉클했다"며 입을 연 우규민은 "이강철 감독님의 결단력이 너무 멋있었다. KIA의 관중석에선 팬분들이, 더그아웃에선 상대 팀 선수들이 '박경수'라고 연호해 주고 박수를 보내준 것도 감동이었다. 그때 울컥했다"고 말했다.

이어 "타구가 하나도 안 간 것은 아쉬웠다. (최)형우 형이 센스 있게 2루 땅볼을 쳐줬어야 하는데 안타를 치더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경기 후 은퇴식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땠을까. 우규민은 "같이 프로에 입단했던 2003년이 딱 떠올랐다. 그때 생각이 너무 많이 나더라"며 "어렸을 때 힘든 시기가 많았는데 정말 힘들었을 때, 재밌게 야구했을 때, 함께 놀았을 때의 추억이 다 생각 났다. (이)대형이 형까지 세 명 모두 1군에 올라와 같이 출근하던 그 길도 눈에 보이는 듯했다"고 전했다.

우규민은 "은퇴식을 했지만 야구장을 떠나는 게 아닌, 코치로서 계속 한 팀에서 보는 것이라 많이 슬프진 않았다. 함께 오랫동안 유니폼을 입자는 이야기도 했고, 야구의 시작과 끝을 같이 하고 싶다는 말도 나눈 적 있다"며 "은퇴를 축하한다는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제2의 인생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분명 좋은 지도자가 될 것이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서로 야구 이야기를 많이 한다. 다만 야구에 대한 시야가 넓어져 어릴 때와는 대화 내용이 달라지긴 했다"며 "난 투수 입장이고 (박)경수는 야수 입장이라 대화할 게 많다. 야구는 물론 가족 등 일상적인 이야기도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친구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경수에게 꼭 하고 싶은 한마디를 부탁했다. 우규민은 "나의 진짜 벗, 최고의 벗 경수야 사랑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수원,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 KT 위즈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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