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필로그] 이영애, 자유를 갈망하다…'헤다 가블러' (엑:스피디아)
엑스포츠뉴스
입력 2025-06-02 12:30:02 수정 2025-06-02 12:30:02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활력을 불어넣어 줄 문화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또 혼자 보러 가기 좋은 공연을 추천합니다. 엑스포츠뉴스의 공연 에필로그를 담은 코너 [엑필로그]를 통해 뮤지컬·연극을 소개, 리뷰하고 배우의 연기를 돌아봅니다 <편집자 주>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상상도 못할 거예요. 내가 얼마나 지루해 미치겠는지“, ”모든 게 다 날 죽이고 있어.”

연극 무대에서 총을 들고 또 울부짖는 이영애의 모습이 새롭게 다가온다. 32년 만의 연극 출연이다. 배우 이영애가 외면은 우아하지만 내면에는 불안과 욕망, 파괴적인 본성을 가진 헤다 가블러가 됐다. 



천장에 뚫린 구멍을 제외하고는 창문 하나 없어 빛이 들어오지 않는다. 헤다의 말을 빌려 ‘쓰레기 같은 환상’ 혹은 ‘죽음의 냄새가 나는’ 넓지만 황량한 느낌을 주는 꽉 막힌 공간이 관객을 맞는다. 

벽에는 쾌락, 광란 등을 상징하는 그리스 디오니소스와 상통하는 로마 바쿠스 초상화가 걸려있고 색색의 풍선 다발이 배치돼 있다. 날아가고 싶지만 날아갈 수 없는, 자유롭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헤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윽고 우아하면서도 차갑고 품격 있으면서도 범접할 수 없어 보이는 헤다 가블러(이영애 분)가 모습을 드러낸다. 



연극 '헤다 가블러'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헨리크 입센 원작 '헤다 가블러'는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심리를 다룬 작품이다. LG아트센터가 개관 25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제작한 연극으로 로렌스 올리비에상 최우수 리바이벌상(2006)을 수상한 리처드 이어(Richard Eyre)의 각색본을 사용했다.



주인공 헤다는 고 가블러 장군의 외동딸로 아름다운 미모를 가졌지만 독한 성격의 여성이다. 자신을 쫓아다니는 남자들을 뒤로 하고 곧 대학교수가 될 테스만(김정호)과 결혼했다.

6개월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새집으로 이사 온 헤다는 사회적 지위와 안정이 보장된 삶을 산다. 하지만 남편 테스만은 헤다의 복잡한 내면을 절대 이해하지 못하고, 헤다는 흥미와 자극 없는 지루한 나날에 대한 불만이 커진다.



헤다에게는 과거 연인이 있었는데 일찍이 남편의 학문상의 라이벌인 에일레트 뢰브보그(이승주)다. 

헤다의 동창인 테아 엘브스테드(백지원)가 실연으로 방탕한 삶을 사는 에일레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덕분에 에일레트는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저서를 발표하려고 한다. 그의 변화에 흥미를 느낀 헤다가 한 사람의 운명을 조종하고 싶은 욕망을 품으면서 긴장감이 조성된다.



불행히도 에일레트는 원고를 분실하고 만다. 그의 원고를 갖게 된 헤다는 “내가 아이를 태운다”라고 읊조리며 광기 속에서 원고를 불태운다.

에일레트가 ‘아름다운’ 죽음이 아닌 우발적인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헤다는 브라크 판사(지현준)의 협박에 응하지 않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헤다는 자신을 희생하고 여성의 소명을 실천하는 삶에 고분고분한 ‘여성적인’ 테아와 테스만의 고모 줄리아나 테스만(이정미)과 달리 현실의 규범과 윤리의식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와 자극을 갈망하는 인물이다. 죽음으로 자신을 억압하는 것들과 단절한 결말에서 헤다의 성격이 엿보인다.



“영화, 드라마에서 본 이영애와는 확실히 다를 것”이라고 밝힌 이영애는 아름다우면서도 냉소적인, 남성의 삶을 조종하고자 하며 점점 미쳐가는 헤다 가블러로 새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김정호, 지현준, 이승주, 백지원 등 베테랑 연극배우들이 탄탄히 뒷받침한다. 무대에 라이브 영상을 띄워 헤다를 비롯한 등장인물의 미세한 표정까지 클로즈업해 몰입을 더한다.

사진= LG아트센터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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