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 연설…'힘을 통한 평화' 달성 강조
"인도·태평양 동맹국, 신속히 방위력 강화해야"…방위비 증액 요구
"인도·태평양 동맹국, 신속히 방위력 강화해야"…방위비 증액 요구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31일(현지시간) "중국이 무력을 사용해 아시아 현재 상황을 강제로 바꾸려 한다"고 강도 높게 중국에 날을 세웠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개최 중인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중국은 아시아 패권국이 되려고 한다"며 "이 지역을 지배하고 통제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위협이 실제적이고 즉각적"이라며 아시아 동맹국에 신속한 국방력 강화와 방위비 증액도 요구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중국이 막대한 군사력 증강, 무력 사용 의지로 이 지역의 현재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고 한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의 행동은 주변국과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리는 매우 긴급한 신호"라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중국이 정교한 사이버 역량으로 산업 기술을 훔치고 중요 기반 시설을 공격하고 있다고도 비난했다.
또한 남중국해에서는 이웃 국가들을 괴롭히고 있다며 물대포 공격, 선박 충돌, 불법 점거·군사화를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행동은 중국이 주변국을 존중하지 않고 주권과 항행 자유에 도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남중국해에서의 어떤 일방적, 강압적 현상 변경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대만과 관련해서도 중국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그는 "대만을 정복하려는 시도는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에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중국의 위협은 현실이며, 당장이라도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많은 국가가 중국과의 경제 협력, 미국과의 방위 협력을 동시에 하려는 유혹을 받는 것을 안다"며 "그러나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그들의 해로운 영향력을 확대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중국을 지배하거나 굴욕을 주거나 체제를 바꾸려고 하지도 않는다"며 "그러나 우리는 중국이 미국과 동맹국들을 지배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중국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 전략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라고도 밝혔다.
그는 "분명히 우리는 중국과의 충돌을 윈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이 중요한 지역에서 밀려나지 않을 것이고, 동맹과 파트너들이 종속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여한 임무인 '힘을 통한 평화' 달성을 위한 최우선 목표가 전사 정신 회복, 군 재건, 억지력 재확립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그는 사상 최초로 1조 달러(약 1천384조원)가 넘는 국방예산안을 제시했으며,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 '골든돔'과 6세대 전투기 F-47 개발 등도 그 일부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 세계는 무기력한 미국을 봤지만, 더는 그렇지 않다"며 "미국은 세계 전역에서 억지력을 재확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우리의 미래는 서로 연결돼 있다"며 "미국은 이 지역과 너무 깊은 관련이 있어 물러날 수 없으며, 계속 이곳에 머물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아시아에 대한 방위비 증액 요구도 분명히 했다.
그는 "유럽이 점차 안보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지는 것처럼 아시아 동맹국들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중국과 북한을 마주하고 있으면서 훨씬 적은 국방비를 쓴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인도·태평양 동맹국들도 스스로 신속히 방위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연설에서 한국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으나, 이러한 발언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사실상 압박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최근 미국과 중국은 경제와 안보를 비롯한 각 분야에서 격렬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세계 주요국 안보 수장이 집결한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 둥쥔 중국 국방부장은 불참했다.
미국은 중국 국방수장 부재 속에 회의 기간 우방을 결집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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