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코스닥 상장사 휴림에이텍[078590](舊 디아크)이 자사의 2020년도 재무제표에 '의견거절'을 낸 다산회계법인을 상대로 400억원대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16일 회계업계와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남인수 부장판사)는 전날 휴림에이텍이 다산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자동차 부품 제조·판매사 휴림에이텍은 2020년 초 캐나다의 한 제약사와 난소암·유방암 치료제 관련 모든 권리(무형자산)를 3천751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현금 120억원과 사채 발행으로 일부를 정산하고 미지급금 2천130억원을 신주발행을 통한 현물출자 방식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다산회계법인은 제약사와 체결한 계약 금액 적정성 및 현물출자 관련 불확실성에 대한 충분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다는 이유로 2020년도 재무제표에 '의견거절'을 표명했다.
이에 휴림에이텍은 "다산회계법인이 미리 '의견거절'로 결론을 정한 뒤 부실 감사를 진행했으며 이로 인해 불필요한 증거 수집 및 비용 지출을 유도해 손해를 입었다"며 416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재판부는 "다산회계법인이 부실 감사를 하고 '의견거절'을 표명해 감사 계약을 위반하거나 불법 행위를 했다고 보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무형자산을 3천751억원으로 평가해 매수한 뒤 현금 120억원을 지출했으며 나머지는 원고의 신주발행과 사채발행으로 정산한 점, 당시 캐나다 주식시장에서 평가한 해당 무형자산 가치의 최대치는 약 420억원을 보이는 점, 창원지법 밀양지원이 객관성·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관련 현물출자를 인가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휴림에이텍은 사실상 120억원을 지출하고 무형자산 3천751억원을 취득하고 그 차액은 사채발행과 신주발행으로 정리하려고 한 것인데, 재무제표상 수천억원의 가공 자산과 부채 의심이 있는 거래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부 기업이 감사 의견에 불만을 품고 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판결이 외부감사인의 회계 판단과 독립성을 존중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산회계법인은 "감사 의견이 외부감사인으로서의 정당한 판단이었음을 법원이 인정했다"며 "'의견 거절' 표명은 무자본 인수·합병(M&A), 허위공시, 불투명한 자본거래 등의 정황을 포착해 시장 참여자 보호와 자본시장 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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