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토트넘은 웃었지만 관중석에서 환호하는 '응원단장' 손흥민의 모습은 아쉽기만 하다.
게다가 준결승 2차전에 출전할 수 있을 거란 코칭스태프의 이전 발언은 또 한 번 거짓말이 되는 모양새다. 손흥민이 2차전에도 빠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손흥민은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있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보되/글림트(노르웨이)의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4강 1차전에 유니폼 대신 사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현재 발 부상을 안고 있는 손흥민은 다른 부상 선수들인 라두 드라구신, 루카스 베리발 등과 함께 벤치 옆 좌석에서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앞서 토트넘은 지난달 3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이 지난 4경기에서 빠지게 된 발 부상에서 계속 회복하고 있다. 쏘니는 프랑크푸르트와 8강 2차전을 비롯해 최근 리버풀 원정에도 빠졌다. 그리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그가 보되/글림트와 4강 1차전에 복귀하는 것이 너무 이르다고 알렸다"라고 전했다.
영국 매체 풋볼런던에 따르면, 이날 기자회견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은 내일 밤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는 훈련에 나오고 있지만, 팀과는 별개로 하고 있다. 그는 개선되고 있고 우리가 곧 그가 다시 돌아올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토트넘 훈련장에서 진행된 경기 전 공식 훈련에서도 손흥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화요일 훈련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손흥민이 1차전에 나설 가능성이 없었고 결국 포스테코글루가 이를 확인했다.

계속된 복귀 지연이다. 손흥민은 지난달 프랑크푸르트와의 8강 1차전 당시 발에 강력한 태클을 당한 뒤, 약 3주 간 결장 중이다. 당시 후반 16분경, 손흥민이 하프라인에서 공을 뺏긴 뒤 다시 수비를 하러 가는 상황에서 상대 장마 테오 바호야에게 발로 강한 태클을 당해 쓰러졌다. 그는 통증을 호소했고 바호야는 경고를 받았다.
초반엔 손흥민이 바호야의 태클에 가벼운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으나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말이 계속 바뀌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처음 빠진 울버햄프턴전 이후 "오래 전부터 발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손흥민은 이날 보되/글림트전까지 5경기를 결장했다.

다만 토트넘에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구단과 아주 가까운 전담 기자들에게서도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없다. 현재 시점에서는 손흥민의 복귀 시기가 언제쯤일지 예상하는 시선조차 없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의무팀이 부실해 주축 선수들이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며 돌아가며 부상을 입는 중이다.
부주장인 세르히오 로메로도 지난달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날 뛰게 했다"며 자신의 장기 부상 이유를 토트넘에 돌렸을 정도다.
토트넘 의무팀의 문제는 지난 1월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
당시 토트넘의 전임 의무 및 스포츠 사이언스 팀장인 조프 스콧이 지난해 여름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충돌한 뒤 물러났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지난 시즌 종료 이후로 토트넘 의무 및 스포츠 사이언스 부서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모든 것은 조프 스콧 팀장이 여름에 물러나면서 시작됐다"라며 "지난 2004년 풀럼을 떠나 토트넘의 수석 피지오가 된 이래 20년간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그는 포체티노, 조세 무리뉴, 안토니오 콘테, 포스테코글루 등 총 11명의 토트넘 감독을 겪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스콧은 포스테코글루와 충돌한 뒤 떠났다. 익명을 요청한 해당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는 디애슬레틱에 두 사람이 1군 선수단 부하 관리와 부상 선수 회복 방식을 두고 충돌했다"라고 전했다.

올 시즌 의무팀의 변화 속에 토트넘은 굴리에모 비카리오, 크리스티안 로메로, 미키 판더펜, 데스티니 우도기, 파페 마타르 사르, 이브스 비수마, 브레넌 존슨, 티모 베르너, 윌송 오도베르, 도미니크 솔란케가 시즌 중반 대거 이탈하면서 큰 위기를 맞았고 이 여파는 결국 현재 프리미어리그 16위라는 처참한 결과로 이어졌다.
손흥민도 지난해 10월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10월 한 달간 결장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부상도 4월 중순부터 현재 진행형이다. 유로파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22일 복귀한다고 쳐도 한 달 이상 결장하게 되는 셈이다.
손흥민이 강한 태클로 타박상을 당한 뒤, 바로 빼주지 않은 판단은 물론 이후 부상 관리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토트넘 의무팀에게 계속 비판의 화살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손흥민은 2차전에도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토트넘 내부 소식을 전하는 폴 오키프는 "손흥민이 시즌 아웃이 아니라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출전하는데 베팅할 것"이라며 토트넘의 명운이 걸린 경기에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면서 그의 2차전 결장 가능성을 알렸다.
'토트넘 홋스퍼 뉴스'도 "손흥민의 결장은 좀 더 길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 상태라면 결승전 출전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보되/글림트와의 1차전에서 전 브라질 국가대표 히샬리송이 맹활약했기 때문에 손흥민이 선발에서 빠질 가능성도 커졌다. 히샬리송 외에 데얀 쿨루세브스키도 손흥민을 밀어내고 선발로 출전할 수 있는 자원이다.

손흥민이 이번 유로파리그에서 결승전에 출전한다면,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두 개의 유럽대항전 결승에 선 선수가 된다.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박지성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엔 두 차례(2008-2009, 2010-2011) 선발 출전했지만, 유로파리그 혹은 다른 대회 결승 출전 기록은 없다.
손흥민에게도 이번 유로파리그는 남다른 동기부여가 될 대회다. 지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패배의 아픔을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지워내야 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유로파리그 우승은 지난 17년간 이어져 온 토트넘의 무관 징크스가 끝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토트넘이 결승에 오르더라도 손흥민이 출전할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또 하나의 대기록 작성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