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과연 진보하는가…'모든 것의 새벽'
지그문트 바우만 행복해질 권리·사피엔스의 의식
지그문트 바우만 행복해질 권리·사피엔스의 의식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자유의 길 = 조지프 E. 스티글리츠 지음. 이강국 옮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세계적 석학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자유에 대한 담론이 어떻게 특정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도구로 변질했는지를 파헤친 책이다.
저자는 우파가 '자유'라는 단어를 독점하고 오도하면서 신자유주의와 시장의 폭거가 시작되었고, 이로 인해 소수의 자유만이 확대된 채 사회 전체의 경제적 불평등과 불안정이 심화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우파 세력은 '자유'를 주장하며 다수 시민의 자유를 제한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학문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애덤 스미스의 사상을 자의적으로 왜곡했다고 강조한다.
즉, 자유 방임론을 추종한 우파 세력은 자신들의 이론적 입장을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표되는 애덤 스미스의 이론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정작 스미스는 결코 완전히 이기적인 개인을 상정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인간이 본능적으로 타인의 행복을 고려한다고 보았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저자는 우파 경제학자들이 자본주의의 실제 작동 방식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설명해 왔다고 비판하면서 타인의 자유와 공공선까지도 존중하는 '자유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유는 홀로 설 수 없다. 통합된 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유가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개인의 자유를 살펴볼 수 없다."
아르테 출판사의 '필로스 시리즈' 40번째 책이다.
460쪽.

▲ 모든 것의 새벽 = 데이비드 그레이버·데이비드 웬그로 지음. 김병화 옮김.
2020년 이른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인류학자이자 활동가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고고학자 데이비드 웬그로와 함께 쓴 마지막 책이다.
저자들은 수렵채집 시기엔 평등했으나 농업혁명으로 인해 문명이 생기고, 관료제가 나타나면서 불평등이 형성됐다는 유럽 계몽주의자들의 시각에 반기를 든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인류가 오랜 기간 이루고자 한 목표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 유럽 계몽주의 사상가들이 역사를 물질적 진보의 이야기로 각색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예컨대 '평등→불평등'으로, '순진·소규모·야만→복잡함·대규모·문명'으로 역사가 진행했다고 설파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체제는 우리가 잠깐 고착된 일탈일 뿐이며, 인류는 수만 년 전부터 다양하고 유동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왔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김영사. 912쪽.

▲ 지그문트 바우만 행복해질 권리 =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김수진 옮김.
폴란드 출신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지그문트 바우만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책이다. 저자는 물질적 상품만이 아니라 사랑, 정의, 희망 같은 추상적 가치마저 상품화된 현대 소비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책에 따르면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개인의 욕망을 자극하고, 소비를 통해서만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착각을 조장한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것을 소비하더라도 욕망은 완전히 충족될 수 없다. 마치 샤넬 백을 소유하고 나면 에르메스 백을 갖고 싶어 하는 것처럼, 욕망은 또 다른 욕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욕망이 액체처럼 '유동하는' 소비사회는 불확실성과 불안, 무기력을 확산시킨다. 바우만은 소비사회가 진정한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불안을 넘어 진정한 행복과 만족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인생을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끊임없는 사유와 고뇌 끝에 창조되는 예술처럼, 우리의 삶 또한 그렇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21세기북스 제공. 300쪽.

▲ 사피엔스의 의식 = 후안 호세 미야스·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 지음. 남진희 옮김.
스페인에서 4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시리즈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책이다. 첫 번째 책인 '루시의 발자국'이 인간의 탄생과 진화를, 후속작 '사피엔스의 죽음'이 노화와 죽음을 다루었다면, '사피엔스의 의식'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능력, 즉 '의식'의 기원을 본격적으로 탐구한다.
책은 '기억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자유의지는 실재하는가?', '인공지능(AI)도 자아를 가질 수 있는가?', '신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왜 사라졌는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저자들은 이런 질문을 통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답에 다가간다.
소설가 미야스가 질문하면 고생물학자 아르수아가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질문은 쉽지만, 때론 본질로 파고든다. 책은 과학의 성취 속에서 인간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관한 묵직한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틈새책방. 312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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