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캡틴' 손흥민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 벤치 옆 관중석에서 응원단장으로 변신한 가운데 그의 소속팀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가 홈에서 쾌승을 챙기고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 진출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 2008년 잉글랜드 리그컵 우승 뒤 한 번도 공식대회 정상 등극을 이뤄내지 못했던 토트넘은 17년 만에 트로피 들어올릴 기회를 잡았다.
호주 출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 UEFA 유로파리그 준결승 1차전 홈 경기에서 노르웨이의 보되/글림트를 3-1로 이겼다.
보되/글림트는 8강에서 이탈리아 강호 라치오를 격침시키는 등 전력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으나 일단 1차전에선 토트넘이 홈 이점을 바탕 삼아 무난하게 이겼다.
양 팀의 2차전은 오는 9일 오전 4시 보되의 홈에서 열린다. 인조잔디 구장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토트넘이 두 골을 충분히 지킬 수 있는 전력이어서 결승 진출 가능성이 높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16위(승점 37)에 그치며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선 애스턴 빌라에 무너져 32강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카라바오컵(리그컵)에선 승승장구하다가 리버풀과의 준결승 2차전 원정 경기에서 대패해 떠러졌다.
이에 따라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를 사실상 포기하면서까지 유로파리그 우승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아직까지 이 전력이 통하고 있다.

물론 우승을 해야 '유로파리그 올인' 전략이 빛을 발하기 때문에 아직은 성패를 논하기는 이르다.
최근 토트넘 CEO인 다니엘 레비 회장은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해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손에 넣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낸 적이 있다.
이날 홈팀 토트넘은 4-2-3-1 전형으로 나섰다. 굴리에모 비카리오 골키퍼가 장갑을 꼈고 데스티니 우도기, 미키 판 더 펜, 크리스티안 로메로, 페드로 포로가 수비를 구축했다. 3선은 이브스 비수마,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나와 수비를 보호했다. 2선은 히샬리송과 제임스 매디슨, 브레넌 존슨이 맡았다. 최전방에 도미니크 솔란케가 출격했다.
원정팀 보되/글림트는 4-3-3 전형으로 맞섰다. 니키타 하이킨 골키퍼를 비롯해 프레드릭 비에르칸, 빌다스 니엘센, 요스타인 군데르센, 프레드릭 시외폴트가 수비를 구성했다. 중원은 울리크 살트네스, 옌스 페테르 하우게, 손드레 브룬스타드 패트가 맡았다. 측면에 올레 디드릭 블룸베리, 이삭 디브빅 마타, 중앙에 카스퍼 회흐가 나와 득점을 노렸다.
토트넘은 경기 시작 직후 브레넌 존슨의 선제포로 기선을 제압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페드로 포로가 크로스를 올리자 반대쪽 골대 앞에서 히샬리송이 헤더로 연결했고, 존슨이 다시 머리로 밀어 넣어 골대를 갈랐다.
올시즌 잦은 부상으로 팬들의 속을 태웠던 브라질 전 국가대표 히샬리송은 손흥민이 다친 틈을 타 왼쪽 날개 선발을 꿰차더니 귀중한 어시스트를 연결해 모처럼 존재감을 알렸다. 골결정력이 들쭉날쭉한 존슨 역시 선제골을 기록하면서 웃었다.
일방적인 공세로 골문을 두드린 토트넘은 전반 34분 공격형 미드필더 매디슨의 추가 골로 달아났다.
오른쪽 수비수로, 공격 가담과 대포알 같은 슈팅이 일품인 포로가 후방에서 롱 패스로 역습 찬스를 만들어 냈다. 전방으로 쇄도한 매디슨이 환상적인 첫 터치로 공을 컨트롤한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전을 2-0으로 앞서며 모처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 토트넘은 3번째 골까지 낚으면서 승기를 확실히 잡았다.
토트넘은 후반 16분 공격 가담 때 센터백 로메로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원톱 솔란케가 깔끔하게 성공해 3-0을 만들었다.
토트넘은 그간 골 가뭄에 시달렸던 존슨과 메디슨, 솔란케가 한 골씩 넣으면서 향후 준결승 2차전, 그리고 결승 앞둔 상황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쐈다.
다만 한 골을 내준 것은 이날 경기 '옥의 티'였다. 보되의 살트네스는 수비진이 밀집한 페널티 지역에서 페인트 동작으로 공간을 만들어낸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대 상단 구석에 공을 찔러 넣어 만회 골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추격전을 벌인 보되의 막판 공세가 이어졌으나 토트넘은 두 골 차 리드를 잘 지켜내고 준결승 2차전을 기약했다.
토트넘은 2차전에서 두 골 차 리드를 지켜낼 경우 오는 21일 스페인 빌바오 산 마메스에서 열리는 유로파리그 결승전 단판 승부에 오른다.
한편 발을 다쳐 5경기째 결장한 손흥민은 출전 선수 명단에서 빠져 사복을 입고 경기를 지켜보며 토트넘 선수단을 응원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언제 복귀할 수 있을지 정확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부상에 대해서도 '발 부상'이라고만 할 뿐 정확한 부상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