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본부, 캠퍼스기획위원회 열어 의견 수렴하기로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대학교 교내에 설치 예정이던 '6·25 참전 호국영웅 명비'를 둘러싸고 내부에서 반발이 나오자 대학 본부가 교내 구성원 의견을 다시 한번 수렴하기로 결정했다.
2일 부산대학교 따르면 부산대는 국가보훈부와 올해 6월 준공을 목표로 물리관 앞 새벽뜰 광장에 호국영웅 명비 설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억원의 국비를 들여 너비 6m, 높이 2m 규모의 기념비를 세우고 한국전쟁에 참전해 공을 세운 255명의 동문 이름을 앞면에 새길 예정이었다.
또 부산대 캠퍼스 확장에 도움을 준 리처드 위트컴 유엔군 사령관을 기리는 조형물 등을 뒷면에 설치하려고 했다.
위트컴 장군은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 땅에 군수사령관으로 부임한 인물로 1953년 겨울 부산역 인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이재민 3만여 명이 발생하자 부대 창고를 열어 구호와 지원에 나선 인물이다.
종합대학으로 승격한 부산대가 마땅한 학교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때 위트컴 장군이 한국 정부를 설득해 50만평에 이르는 현재 장전동 캠퍼스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일화도 있다.
하지만 부산대 내부에서는 기념비 설치 사업을 놓고 반발 기류가 나온다.
올해 3월 새로 구성된 부산대 교수회가 지난달 14일 이사회를 연 뒤 대학 본부에 공문을 보내 "공론화 없이 추진돼 구성원 사이에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추모비 건립 중단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내 비정규교수노조와 민주동문회 등도 현수막을 내걸고 "학내 이념 갈등을 유발하는 계획을 철회하라"고 말한다.
보수 정권에서 추진하는 기념비를 부마민주항쟁이 시작된 민주화의 성지인 부산대 교정에 세울 수 없다고 반발하는 교수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본부는 올해 1월 전임 교수회가 추천한 교수 2명이 포함된 캠퍼스기획위원회를 통해 사업 추진을 검토해 절차상 하자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반발이 있는 만큼 다시 한번 의견 수렴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오는 6∼7월 캠퍼스기획위원회를 다시 소집해 기념비 건립에 관한 제반 사항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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