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확대 외에 경찰순찰차 투입, 보호인력·생활지도전담 배치 등 의견 제시돼
"약물치료·전문 상담 등 선제 지원 필요"…학교 권한 강화·책임론도 대두
"약물치료·전문 상담 등 선제 지원 필요"…학교 권한 강화·책임론도 대두

[※ 편집자 주 = 지난달 28일 청주에서 특수교육 대상 고교생이 교내외에서 흉기 난동을 부렸습니다. 이 사건으로 교장 등 교직원과 일반 시민을 포함해 6명이 부상해 병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김하늘 양 피살 사건의 아픔이 가시지도 않은 상황이어서 충격을 더했습니다. 학교는 우리 사회를 짊어질 아이들이 배움을 통해 꿈을 키워나가는 가장 안전한 공간이어야 하지만, 강력 사건이 끊이지 않아 교육가족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학교 안전에 대한 현주소를 짚어보고, 안전한 학교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전문가 등의 제언을 소개하는 3편의 기사를 지난달 30일부터 오늘까지 송고합니다]

(청주=연합뉴스) 윤우용 김형우 기자 = 학교 현장에서 잊을만하면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해 가장 탄탄해야 할 학교 안전망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이럴 때면 교직원들과 학생들의 안전을 강화할 방안이 백가쟁명식으로 제기되고, 교육당국은 대책 마련에 골몰한다. 정치권도 제도 개선을 담은 법안을 서둘러 발의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학교 안전'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강력 사건은 방심하는 사이 재발한다.
이번 청주 특수교육 대상 고교생의 흉기난동 사건 직후에도 어김없이 안전한 학교를 만들라는 거센 요구가 교육계 안팎에서 분출하고 있다.
차제에 가위나 커터칼 등 범죄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 학용품 소지에 대한 지침도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불안한 학부모들은 학교 안전의 구멍을 확실하게 메울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
교육단체나 범죄심리 등 관련 전문가들은 학교전담경찰관(SPO) 증원 등 기존에 검토된 대책뿐만 아니라 학교 안전망을 공고히 할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청소년 문제는 범정부 차원에서 단기·중기·장기과제를 만들어 펼쳐 나가야 한다. 그래야 학교 공간에서의 규범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학교, 지자체, 경찰, 지역사회가 사전에 위험성을 감지해 정신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찰 순찰차가 일정한 시간대에 학교를 순찰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원화 특수교사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청주 고교생 흉기 난동사건은) 계획범죄이기 때문에 장애 쪽으로 섣부르게 접근하면 사건 재발 방지가 어렵다. 근본적으로는 정서 문제를 안은 학교 구성원들에 대한 위기 대책 마련이 알맞은 순서"라고 제언했다.
정 실장은 "특수교육, 일반교육 할 것 없이 분노 조절이 안 되고 위험 행동을 하는 학생들은 교육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어쩌면 질환이나 질병에 가깝기 때문에 약물 치료, 전문 상담 등 의료 영역에서 선제적으로 지원한 뒤에 학생이 준비되면 교육을 추가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또 학교가 학생의 정서·행동 문제 관련해 치료나 상담을 권고하고 그에 따른 비용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개정 초중등교육법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교육당국이 내년 3월 1일 시행에 앞서 구체적인 지침 마련 등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세린 교사노동조합연맹 대변인은 "학생에 대한 교사의 폭력이든, 학생 간 폭력이든, 교사에 대한 학생의 폭력이든 예방 대책은 그 대상을 한정할 게 아니라 모든 교육 구성원에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 가족 중에 어떤 폭력적인 전조를 보이는 구성원이 있으면 학교가 직권으로 진단 혹은 치료를 요청하거나 분리 조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며 덧붙였다.
교육학 박사이자 한국리터러시학회 연구이사인 최건아 청주대 교수도 문제 행동을 조기에 확인하고 분리 또는 그 밖의 합당한 조처를 할 수 있는 세분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학생 심리·정서발달 차원에서 학부모, 지역사회의 책무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학생은 교복 입은 시민이라는 말이 있듯이 전 지역 사회와 교육기구가 모두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김소희(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대전 김하늘 양 피살 사건을 계기로 지난 3월 4일 국회에서 같은 당 김예지 의원과 함께 '안전한 학교 토론회-SPO 역할 확대를 중심으로'라는 토론회를 마련했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하늘 양 사건은 우리 사회에 학교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며 "학교전담경찰관이 학생뿐 아니라 교직원, 학부모, 지역사회와 협력해 학교 안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SPO를 학교마다 1명씩 배치해 교내 범죄 전반을 다루게 하는 내용의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을 지난 2월 대표 발의한 주인공이다.
학생 생활지도에서 잔뼈가 굵은 황대운 충북 괴산 청천중학교 교장은 "일부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교내에서 커터칼, 가위 등 흉기가 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에 대한 규제 지침이 없다"면서 "학교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 제고 차원에서 흉기로 둔갑할 수 있는 문구용품에 대한 교육당국의 명확한 지침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과거 연필을 깎는 데 주로 사용됐던 커터칼이 상해를 가하는 흉기로 쓰이곤 했던 점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학교에 생활지도와 훈육을 전담하는 교사를 두자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경찰관은 "외국의 사례를 봤을 때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교육부가 별도의 특별사법경찰관을 뽑아 배치한다"고 전했다.
또 "뉴욕 등 공립학교는 (일종의 생활지도 주임인) '딘(Dean)'을 배치하는데 딘은 교과를 담당하지 않고 문제 학생 지도 등을 전담한다"고도 했다.
교사들은 수업 분위기를 망치는 학생이 있으면 딘에게 요청해 지도하게 하고, 딘은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에 대한 정학 요청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는 일선 학교가 정규 교육과정 이후 교육·돌봄활동을 운영할 경우 학생 안전을 위한 '보호인력'을 배치하도록 하는 법안(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안)도 올라와 있다.
권향엽(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제안 취지에 대해 "이런 교육·돌봄활동이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교육·돌봄활동을 마치고 귀가하는 과정에서 큰 사고도 발생한바 이에 대한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학교 관리자의 안전관리 소홀을 질책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영미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학교 안전 관련한) 법률적, 행정적 시스템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본다"며 "문제는 사건·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기회들이 여러 번 있었음에도 책임자들이 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는 데 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강 회장은 "하늘이 사건도 막을 수가 있었는데 시스템이 작동을 안 했다. 교사가 질환 교원 심의위원회에 한 번도 회부되지 않았다"며 "학교 관리자가 좀 적극적으로 선제적인 예방을 하고 책임을 회피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는 "교육당국은 교내 강력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학생 맞춤 통합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충분한 예산을 지원하는 한편 유관기관의 협조를 적극적으로 끌어내는 예방 대책을 강구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ywy@yna.co.kr
vodcas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