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말린 조선통신사선 재현…또 '실험적 항해' 도전합니다"
연합뉴스
입력 2025-04-22 12:30:01 수정 2025-04-22 12:30:01
261년 만의 오사카 여정 이끄는 홍순재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연구사
금강송 900그루 찾느라 '전국 일주'…"전통 선박·항해 연구에 중요"
세토 내해 지날 때 日 전문가 동행 예정…"조선통신사 의미 나눴으면"


261년 만의 오사카 항해를 위하여 (목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1일 국립해양유산연구소 관계자들이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뱃고사를 지낸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과거 조선통신사들이 탄 배를 재현한 선박은 이달 28일 부산을 출항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올해 처음으로 일본 오사카까지 항해한다. 왼쪽부터 정성목 국립해양유산연구소 학예연구관, 서민석 해양유물연구과장, 4번째부터 강원춘 학예연구사, 김성원 선장, 홍순재 학예연구사. 가장 오른쪽이 이은석 소장. 2025.4.22 yes@yna.co.kr

(목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일본 세토(瀨戶) 내해는 물살이 빠르고 좁은 데다 5∼6월에는 안개가 많다고 해서 걱정입니다. 그래도 꼭 해내야죠."

홍순재 국립해양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최근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일이 많아졌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일본 기상청은 물론 날씨 정보 애플리케이션(앱), 물때 정보를 모은 누리집까지 찾아봤다. 최근 5월 날씨가 어땠는지 살펴본 적도 몇 차례다.

그가 이렇게 하는 건 오래전 자신과 한 약속 때문이었다.

"무사 항해를 기원합니다" (목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1일 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왼쪽)과 홍순재 학예연구사가 조선통신사선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뱃고사를 지내고 있다. 과거 조선통신사들이 탄 배를 재현한 선박은 이달 28일 부산을 출항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올해 처음으로 일본 오사카까지 항해한다. 2025.4.22 yes@yna.co.kr

수년간 문헌 기록과 그림을 뒤져가며 완성한 조선통신사선 재현 선박을 타고 옛 뱃길을 따라 역사적 여정을 완성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지난 21일 전남 목포 국립해양유산연구소에서 만난 홍순재 연구사는 "2023년 쓰시마(對馬·대마도), 2024년 시모노세키(下關)에 이은 세 번째 도전이자 실험적 항해"라고 설명했다.

고고인류학을 전공한 그는 우리 조상들이 남긴 배, 한선(韓船)을 연구해왔다.

1987년 갯벌에 매몰된 상태로 발견된 진도선, 태안 마도 해역의 난파선 등 육상과 수중에서 발굴된 선박을 조사했고 여러 논문과 저서를 펴냈다.

한선 연구자, 홍순재 학예연구사 (목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1일 열린 조선통신사선 무사 항해 기원 뱃고사에서 홍순재 국립해양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가 배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과거 조선통신사들이 탄 배를 재현한 선박은 이달 28일 부산을 출항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올해 처음으로 일본 오사카까지 항해한다. 2025.4.22 yes@yna.co.kr

그런 홍 연구사가 가장 자부하는 일 중 하나가 조선통신사선 재현이다.

연구소는 전통 선박 연구의 하나로 2015년부터 약 4년간의 연구·조사를 거쳐 조선통신사선 가운데 정사(正使·사신의 우두머리)가 탄 정사기선을 실물 크기로 처음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홍 연구사는 "처음 조선통신사선을 재현하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말렸다"며 "문헌을 조사하고 설계를 진행하고 나무를 구하는 일 하나하나가 쉽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총 12차례에 걸쳐 통신사 행렬을 태운 배는 당대 최고의 기술이 집약된 선박으로 여겨진다.

261년 만의 오사카 항해를 앞두고 (목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1일 국립해양유산연구소 관계자들이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뱃고사를 지낸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과거 조선통신사들이 탄 배를 재현한 선박은 이달 28일 부산을 출항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올해 처음으로 일본 오사카까지 항해한다. 왼쪽부터 정성목 국립해양유산연구소 학예연구관, 서민석 해양유물연구과장, 4번째부터 강원춘 학예연구사, 김성원 선장, 홍순재 학예연구사. 가장 오른쪽이 이은석 소장. 2025.4.22 yes@yna.co.kr

배는 통나무를 평평하게 연결하고 외판과 보강재 등을 층층이 더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정사가 탄 배는 최고 장인의 손길로 화려하게 장식해 그 위용을 드러냈으리라 여겨진다.

그 모습을 가능한 살리기 위해 설계를 바꾼 것만 해도 28번.

줄기가 곧고 단단해 최고급 목재로 꼽히는 금강송이 있다고 하면 어디든 찾아갔다고 한다.

당시 담당 과장으로 프로젝트를 이끈 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은 "(선박 목재로 쓰일) 금강송 900그루를 구하기까지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난해 시모노세키 입항식 모습 (시모노세키=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해 8월 일본 시모노세키(下關)에서 열린 조선통신사선 입항식 모습. 첫 줄 왼쪽에서 6번째가 최응천 국가유산청장. 2025.4.22 yes@yna.co.kr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은 정말 잘 만들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이 배가 있었기에 전통 선박의 구조와 항해 방식도 하나둘 밝혀질 수 있었으니깐요." (홍순재 연구사)

어렵사리 배를 만들고도 막상 띄울 수 없었을 때는 마음고생도 했다.

2019년에는 쓰시마 이즈하라(嚴原)항 축제에서 통신사선 재현선을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불발됐고, 이후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겪기도 했다.

홍 연구사는 1764년 제11차 사행(使行·사신 행차)의 종착지였던 오사카까지 항해에 나서게 된 것에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1811년 마지막 사행은 쓰시마에서 멈춘 바 있다.

'정사'가 탄 배 모형 (시모노세키=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해 8월 일본 시모노세키(下關)에서 열린 조선통신사선 입항식 모습. 현지 주민이 조선시대 한일 교류의 상징인 조선통신사선 재현선 내부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 2025.4.22 yes@yna.co.kr

그는 "역사적으로는 261년 만에 오사카 항로가 재현되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올해는 특별한 동행이 항해단의 여정을 함께해 의미를 더한다.

일본 혼슈(本州), 시코쿠(四國), 규슈(九州) 세 섬에 둘러싸인 일본 최대의 내해인 세토 내해를 지날 때는 현지 전문가가 함께할 예정이다.

홍 연구사는 "과거 조선통신사가 쓰시마에 도착하면 '길잡이'가 붙어 안전하게 길을 이끌었다고 한다. 이번에 처음으로 세토 내해를 통과할 때 안전하게 항해하도록 (현지) 전문가 2명이 동행한다"고 전했다.

"올해는 가미노세키(上關), 구레(吳), 후쿠야마(福山) 등도 들를 예정입니다. 우리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한국과 일본 양국이 기억하는 조선통신사의 의미를 나누고 싶습니다."

시범 운항하는 조선통신사선 (목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1일 전남 목포 국립해양유산연구소에서 열린 조선통신사선 시범 운항 모습. 과거 선통신사들이 탄 배를 재현한 선박은 이달 28일 부산을 출발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올해 처음으로 일본 오사카까지 항해한다. 사진은 김성원 선장. 2025.4.22 yes@yna.co.kr

연구소는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뱃고사를 열며 항해 준비에 나섰다.

이종훈 국가유산청 역사유적정책관은 지난 21일 열린 뱃고사에서 "이번 항해는 한일 양국이 함께 걸어온 평화와 교류 기억을 재확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통신사선은 이달 28일 부산에서 출항해 14일간 항해한 뒤, 다음 달 11일 오사카에 도착할 예정이다. 13일에는 오사카 현지에서 입항 환영식이 열린다.

이후 25일 시모노세키에서 열리는 귀항 환송식까지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이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를 소개합니다" (목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조선통신사선 재현 선박의 항해를 준비하며 만든 티셔츠. 뒷면에 우리나라에서 발견한 고선박 정보를 정리했다. 2025.4.22 yes@yna.co.kr

ye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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