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년 만에 여는 '평화의 뱃길'…조선통신사선, 日 오사카 간다
연합뉴스
입력 2025-04-22 09:11:11 수정 2025-04-22 09:19:57
국립해양유산연구소, 28일 부산서 출항…왕복 2천㎞ '최장 항로' 재현
"푸른 바다에 청명한 날씨와 순풍만 가득하길"…목포서 안전 뱃고사
오사카 엑스포 기간 통신사 행렬 재현도…"한일 문화교류 이어지길"


"오사카로 떠납니다" (목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1일 전남 목포 국립해양유산연구소에서 본 조선통신사선 모습. 과거 조선과 일본으로 오간 조선통신사들이 탄 배를 재현한 이 선박은 이달 28일 부산을 출항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올해 처음으로 일본 오사카까지 항해한다. 2025.4.22 yes@yna.co.kr

(목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천지신명과 사해 용왕님께 삼가 고합니다. 거친 파고를 잠재우시고, 모든 항해가 무사하게 이뤄지도록 굽어살펴 주시옵소서."

지난 21일 낮 전남 목포 국립해양유산연구소 계류장.

평소 배를 대고 매어 놓는 이곳에 엄숙한 분위기가 흘렀다. 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은 무릎을 꿇고 앉아 경건한 어조로 고천문(告天文)을 읽어 내려갔다.

이 소장은 "맑은 술과 과포를 정성 담아 올리오니 태산같이 받으시옵고, 사해 푸른 바다에 청명한 날씨와 순풍만 보내 주시옵소서"라고 말하며 잔을 올렸다.

'평화의 사절' 조선통신사선 (목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1일 전남 목포 국립해양유산연구소에서 본 조선통신사선 모습. 과거 조선과 일본으로 오간 조선통신사들이 탄 배를 재현한 이 선박은 이달 28일 부산을 출항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올해 처음으로 일본 오사카까지 항해한다. 2025.4.22 yes@yna.co.kr

이 소장과 연구소 관계자들이 한마음으로 바란 건 '조선통신사선'의 안전한 항해였다.

과거 한일 교류의 상징인 조선통신사선이 다시 항해에 나선다.

1764년 사행(使行·사신 행차) 이후 약 261년 만에 일본 오사카(大阪)로 향하는 여정이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조선통신사선을 재현한 선박이 이달 28일 부산을 출항해 항해한 뒤, 다음 달 11일 오사카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일본 오사카를 향해 (목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1일 국립해양유산연구소 관계자들이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뱃고사를 지낸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과거 조선과 일본으로 오간 조선통신사들이 탄 배를 재현한 선박은 이달 28일 부산을 출항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올해 처음으로 일본 오사카까지 항해한다. 가장 오른쪽이 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 2025.4.22 yes@yna.co.kr

목포에서 출발해 부산을 거쳐 오사카까지 왕복 약 2천㎞의 뱃길이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 관계자는 "제11차 사행의 종착지였던 오사카까지 뱃길을 재현하는 셈"이라며 "역대 통신사선 항해 중 최장 거리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선통신사는 임진왜란 이후 들어선 일본 에도(江戶) 막부 때인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조선에서 일본으로 12차례 파견된 외교 사절단을 일컫는다.

당시 일본 측 요청을 받아 파견된 사절단은 배를 타고 대한해협을 건넌 뒤 쓰시마(對馬·대마도), 시모노세키(下關)를 거쳐 오사카로 들어갔다.

"오사카까지 화이팅" (목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1일 국립해양유산연구소 관계자들이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뱃고사를 지낸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과거 조선과 일본으로 오간 조선통신사들이 탄 배를 재현한 선박은 이달 28일 부산을 출항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올해 처음으로 일본 오사카까지 항해한다. 왼쪽 두 번째부터 강원춘 국립해양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 김성원 선장, 홍순재 학예연구사. 2025.4.22 yes@yna.co.kr

오사카부터 쇼군(將軍·막부 우두머리)이 있던 에도까지는 육로로 이동했다고 전한다.

연구소는 2015∼2018년 약 4년간 연구를 거쳐 조선통신사선을 재현한 바 있다.

과거 한국과 일본을 오간 조선통신사선 중 정사(正使·사신의 우두머리)가 타고 간 '정사기선'을 토대로 했고, 구조와 형태를 가능한 원형에 가깝게 제작했다.

재현선 규모는 길이 34m, 너비 9.3m, 돛대 높이는 22m에 달한다. 수령(樹齡·나무의 나이)이 80∼150년에 이르는 금강송 900그루를 사용했으며 총 72명이 탈 수 있다.

"안전한 뱃길 되게 해주소서" (목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1일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전통선박팀 관계자들이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뱃고사를 지내며 절하고 있다. 과거 조선과 일본으로 오간 조선통신사들이 탄 배를 재현한 선박은 이달 28일 부산을 출항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올해 처음으로 일본 오사카까지 항해한다. 2025.4.22 yes@yna.co.kr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이 과거 뱃길을 따라 일본으로 향하는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연구소는 2023년 쓰시마까지 운항하며 처음으로 뱃길 재현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는 일본 열도의 관문인 시모노세키에 입항했다. 이키(壹岐), 아이노시마(相島) 등을 거치며 현지 주민들과 만나기도 했다.

이날 뱃고사를 지낸 연구소는 올해 본격적인 일정에 나설 예정이다.

우선 연구소가 있는 목포에서 부산으로 이동한 뒤 27일 안전 기원제, 출항식, 해신제를 차례로 지내고 28일 부산을 출항해 항해에 나선다.

조선통신사선 (목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1일 전남 목포 국립해양유산연구소에서 본 조선통신사선 모습. 과거 조선과 일본으로 오간 조선통신사들이 탄 배를 재현한 이 선박은 이달 28일 부산을 출항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올해 처음으로 일본 오사카까지 항해한다. 2025.4.22 yes@yna.co.kr

쓰시마, 이키, 시모노세키 등을 거쳐 오사카항에는 5월 11일 도착한다. 이틀 뒤인 13일 오전 오사카 ATC 부두에서는 현지 시민과 함께 입항식이 열릴 예정이다.

항해에는 2015년부터 통신사선 재현 사업을 맡은 홍순재 국립해양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를 중심으로 강원춘 학예연구사, 김성원 선장 등이 참여한다.

문화유산 전문 사진작가 오세윤 씨가 동행해 항해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조선통신사선 (목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1일 전남 목포 국립해양유산연구소에서 본 조선통신사선 모습. 과거 조선과 일본으로 오간 조선통신사들이 탄 배를 재현한 이 선박은 이달 28일 부산에서 출항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올해 처음으로 일본 오사카까지 항해한다. 2025.4.22 yes@yna.co.kr

쓰시마, 시모노세키에 이어 오사카까지 향하는 여정은 의미가 크다.

이번 뱃길 재현의 목적지인 오사카에서는 현재 '2025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가 열리고 있어 세계 각국 관람객의 시선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엑스포 기간 중인 5월 13일에는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행사도 펼쳐진다.

이은석 소장은 "조선통신사선을 통해 '성신교린'(誠信交隣·성실과 믿음으로 서로 교류한다)의 정신을 계승한 한일 문화 교류 및 협력이 활발하게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통신사선', 261년 만에 오사카로 (목포=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1일 전남 목포 국립해양유산연구소에서 열린 조선통신사선 안전 뱃고사 모습. 과거 조선과 일본으로 오간 조선통신사들이 탄 배를 재현한 선박은 이달 28일 부산에서 출항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올해 처음으로 일본 오사카까지 항해한다. 2025.4.22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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