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라·소유진 주연…박영규 "'장인어른' 부르던 제가 이젠 장인 역할"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는 큰 소리로 호통을 치며 아내와 아들을 구박하는 이순재가,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에는 큰며느리와 작은 며느리를 차별하는 신구가 있었다.
가족 시트콤 속에는 이처럼 고집이 세면서도 어딘가 허술한 아버지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다음 주 새롭게 선보이는 KBS 시트콤 '빌런의 나라'는 과거 인기작에서 반복적으로 선보이던 가부장적인 캐릭터를 내려놓고, 요즘 사회상에 맞는 여성 중심의 가족상을 보여준다.
연출을 맡은 김영조 PD는 12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가부장제 코미디'를 과감하게 버렸다. 이번에는 자매가 지배하는 가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주연부터 오나라(오나라 역), 소유진(오유진) 두 여배우다.
극 중 오나라는 집안의 경제권을 틀어쥐고, 외박한 딸을 방에 가두는 그야말로 집안의 독재자다. 여동생 오유진은 언니에게 늘 덤비지만, 또 도움도 많이 받는 영락없는 둘째다.
서현철(서현철)과 송진우(송진우)가 각각 오나라의 예민한 남편, 소유진의 열정이 넘치는 연하 남편을 연기하고, 박영규(오영규)가 오나라·오유진의 아빠 역할을 맡았다.
박영규는 "27년 전 '순풍 산부인과'에서 '장인어른 왜 그러세요'라고 말하던 제가 이제는 장인이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2010년 '지붕 뚫고 하이킥!'을 끝으로 국내에서 화제가 되는 시트콤이 나오지 못한 가운데 KBS가 야심 차게 시트콤을 내놓은 만큼 제작진과 출연 배우들의 기대와 우려도 컸다.
김 PD는 "유치하면서도 사랑스럽게 만드는 것이 멋지게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렵더라"며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작업을 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오나라는 "식사하면서 예전 시트콤을 '다시 보기'로 보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다"며 "많은 분이 그리워하는 이 시점에 시트콤이 부활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기대했다.
소유진도 "시트콤이라기보다는 코미디가 가미된 가족 드라마의 느낌으로 촬영하고 있다"며 "일상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가족의 따뜻함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빌런의 나라'는 오는 19일 오후 9시 50분 처음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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