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농성장 곳곳서 '거리 차례'도…"소외된 이들 모두 웃는 한 해 되길"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이율립 기자 = 설날인 29일 세찬 바람 속 강추위에도 서울 곳곳에서는 참사 유가족과 거리의 농성자들을 위한 합동 차례 행사가 열렸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희생자 159명을 기리며 이날 오후 1시 59분 종로구에 마련된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에서 세 번째 상차림 행사를 열었다.
차례상에는 사과와 배, 떡, 만두를 비롯해 피자 등도 올랐다. 차례에는 유족과 시민, 국회의원 등이 자리했다. 유족들은 서로 인사말을 나누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참사 후 처음 맞는) 첫 설에는 슬픔에 설이란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올 설은 특조위(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한 해 동안 참사의 모든 것을 밝혀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협)와 4·16연대도 오후 4시 16분 중구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참사 후 11번째 설 상차림 행사를 열고 떡국 등 명절 음식을 시민들과 나눴다. 앞서 차례를 마친 이태원참사 유족도 합류했다.
김종기 가협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가족들, 또 가족과 함께해온 시민들의 염원은 한 가지"라며 "생명과 안전이 지켜지는 나라, 그런 안전한 나라에서 우리가 희망을 가지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아이들이 꿈을 키워나가는 그런 일상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염원을 이뤄야 이 거리에서 차례를 지내는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명절마다 노동자들의 농성장 등에 차례상을 차리는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은 이날 오전 11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차례를 지냈다.
권달주 전장연 공동상임대표는 "2025년은 가난하고 힘든 노동자들, 사회에서 소외당하는 이들이 모두 웃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꿀잠은 이날 명동 세종호텔 앞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장과 중구 한화그룹 앞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농성장에서도 거리 차례를 지냈다.
꿀잠 관계자는 "장애인과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삶이 우리나라의 행복을 결정하는 척도라고 생각한다"며 이들을 향한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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