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첫 정책 연설…야당 지지 얻으려 연금 개혁안 '카드'
"재정위기 강력 개혁 필요"…트럼프 겨냥 "전례없는 주권 영토 위협"
"재정위기 강력 개혁 필요"…트럼프 겨냥 "전례없는 주권 영토 위협"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가 2023년 진통 끝에 통과된 연금 개혁안을 두고 사회적 파트너들과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밀어붙인 정년 연장안에 좌파 진영의 반발이 특히 심했던 만큼 의회에서 이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협상 카드를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3일 임명된 바이루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한 첫 정책 연설에서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일부 수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바이루 총리는 "연금 제도의 재정 불균형과 이로 인한 막대한 부채는 무시하거나 회피할 수 없다"며 연금 개혁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짐이 너무 무거워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루 총리는 이어 "연금 개혁은 우리나라와 우리 사회 모델에 필수적"이라면서도 "더 공정한 개혁을 통해 동일한 결과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의견이 있어 단기간 사회적 파트너들과 함께 이 문제를 다시 의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바이루 총리는 구체적으로 "각 기관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상설 대표단을 구성"해 "같은 사무실, 같은 테이블에서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할 것"이라며 "이 기간에 대표단이 균형 잡히고 공정한 합의안을 도출하면 이를 채택하고,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현재의 개혁안을 계속 적용할 것"이라고 확언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안은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2030년까지 점진적으로 64세로 연장하고, 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해 기여해야 하는 기간을 기존 42년에서 2027년까지 43년으로 늘렸다.
바이루 총리는 국가의 총체적인 재정 위기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일깨웠다.
그는 올해 프랑스의 경제 성장률을 이전 미셸 바르니에 정부 예측치(1.1%)보다 하향 조정한 0.9%로 설정했다.
이 상황에서 공공 재정 적자를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5.4%, 2029년엔 유럽연합(EU) 권고 수준인 3%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바이루 총리는 국가 부채가 "다모클레스의 검(일촉즉발의 절박한 상황을 의미)"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당한 절감 방안이 제시될 것이며, 강력한 공공 개혁이 뒤따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바이루 총리는 아울러 프랑스에서 강제 추방 명령을 받은 경우의 93%가 실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이민을 통제하기 위해 부처 간 위원회를 재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루 총리는 대외 위기 상황도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 미국을 거론하며 "우리는 법치의 세계에서 힘의 지배의 세계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 새로운 세계 질서, 아니 오히려 이런 무질서는 모든 균형과 예의의 규칙을 위협하고 있다"며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처럼 이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구현하는 인물들이 많이 있다"고 꼬집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자신도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심지어 캐나다와 같은 주권 영토를 합병하겠다는 전례 없는 위협을 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이런 위협에 맞서 강대국들에 우리가 누구인지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익을 위해서는 당파적 선호를 뛰어넘어 하나로 뭉쳐야 한다"며 국내외 위기 해결에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응은 냉랭하다.
녹색당과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등 좌파 정당 내에선 총리의 연설이 모호하고, 자신들의 지지층 여론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불신임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경고했다.
바이루 총리가 연금 개혁안 재협상 카드까지 꺼내며 구애한 사회당 역시 애초 자신들이 요구한 연금 개혁안의 '잠정 중단'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극우 국민연합(RN)은 바이루 총리의 연설을 "실망스럽다"고 비판하면서도 즉각적인 불신임에 나서진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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