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이주기구 "1년 만에 3배"…주변국 추방 정책으로 혼란 가중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극도의 치안 불안에 노출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갱단 폭력을 피해 집을 떠나 국내에 머무는 주민 규모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14일(현지시간) "인도주의적 위기 심화로 아이티 내에서 피난 생활을 하는 이들은 지난해 12월 기준 104만명에 이른다"며 "이중 절반 이상은 어린이"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3년 말 31만5천명의 3배를 넘는 수치인데, 아이티에서 폭력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국내 실향민으로 떠돌게 된 적은 없었다고 IOM은 보도자료[https://www.iom.int/news/haiti-displacement-triples-surpassing-one-million-humanitarian-crisis-worsens]에서 설명했다.
국내 실향민은 분쟁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통상적 거주지나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으나, 국경을 벗어나지는 못한 이들을 뜻한다.
아이티 국내 실향민 중 중 83%는 지인·친구·가족 등지에 의존하며 살고 있는데, 이는 현재 과부하 상태라는 게 IOM의 판단이다. 나머지 실향민은 임시 거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포르토프랭스 수도권에 집중된 임시 수용 시설은 기존 73개에서 1년 새 108개로 증가했다.
해당 시설은 매우 혼잡한 데다 깨끗한 식수와 식량, 위생, 교육과 같은 필수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한다.
에이미 포프 IOM 사무총장은 "지금 당장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생명을 구하고 주민을 보호해야 한다"며 "우리는 수많은 죽음과 파괴를 초래한 폭력과 불안정의 근본 원인을 없애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티 내 무장 갱단은 포르토프랭스를 거의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유엔은 보고 있다.
살인·약탈·성폭행·납치·방화 등 아이티 내 폭력이 일상화해 가는 가운데 케냐 주도의 다국적 경찰력이 현지 군·경과 함께 치안 유지 임무를 수행 중이지만, 인력·장비 태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엔 이웃 도미니카공화국 등지에서 추방된 아이티 주민들이 국내로 복귀하면서 지역사회 부담을 더하고 있다.
IOM은 "이처럼 심각한 위기의 순간에 국제사회는 무관심 대신 연대를 선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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