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에 미친 남자의 일생일대 승부…영화 '페라리'
연합뉴스
입력 2025-01-07 13:12:08 수정 2025-01-07 13:12:08
파산 위기 몰린 1957년 엔초 페라리 그려…애덤 드라이버 주연


영화 '페라리' 속 한 장면[왓챠,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재규어가 1등부터 3등까지 모두 차지했다고? 그들은 자동차를 팔기 위해 경주에 나가지. 하지만 나는 레이싱을 하려고 자동차를 파는 거야."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페라리의 창립자인 엔초 페라리(1898∼1988)는 사업가라기보다는 스포츠맨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젊은 시절 레이싱 드라이버가 꿈이었던 그는 트럭 운전사로 취직했다가 1929년 레이싱 팀 스쿠데리아 페라리를 창설했고, 1940년에는 스포츠카를 직접 만들었다. 남들에게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팀이 대회에 출전할 차를 제작한 게 페라리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스쿠데리아 페라리가 포뮬러 1, 르망 24시 등 각종 대회에서 이름을 날리면서 페라리는 명품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레이싱을 향한 엔초 페라리의 열정은 그를 파산 위기로 몰아넣었다. 생산 여건상 팔 수 있는 자동차 수는 한정돼 있는데, 레이싱에 너무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탓이었다.

마이클 만 감독이 연출한 '페라리'는 1957년 엔초 페라리가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레이싱 대회 '밀레 밀리아'에 팀을 출전시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전기 영화다. 할리우드 대표 연기파 배우인 애덤 드라이버가 중년의 엔초 페라리를 연기했다.

영화 '페라리' 속 한 장면[왓챠,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고의 레이싱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포드 V 페라리'(2019)를 떠오르게 하는 긴장감 넘치는 경주 장면이 가장 큰 매력이다. 지금은 '클래식 카'로 분류되는, 허술해 보이는 자동차들의 아슬아슬한 속도 경쟁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특히 이탈리아 도심과 외곽을 무대로 펼쳐지는 밀레 밀리아 대회 시퀀스가 하이라이트다. 시속 200㎞로 달리는 스포츠카를 일인칭 시점으로 촬영해 관객이 마치 운전석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살렸다.

영화는 엔초 페라리의 개인적인 삶도 중요하게 다룬다. 관계가 악화한 사업 파트너이자 아내 라우라(페넬로페 크루즈 분)와 애인 리나(셰일린 우들리) 사이에서 갈등하고, 죽은 아들 디노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그리는 데 러닝타임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이 때문에 영화의 성격이 뚜렷하지 않은 단점도 나타난다. 치정극과 스포츠물을 오가면서 시선이 분산되고, 스토리텔링도 매끄럽지 못하다.

엔초 페라리가 한 해 동안 겪은 일이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매력적인가에 대한 의문도 따른다. '오펜하이머'(2023)처럼 세계 역사를 바꾼 사람의 일대기도 아니고, '하우스 오브 구찌'(2022)와 같이 대중의 구미를 당기는 '막장극'을 다룬 영화도 아니어서 보는 이에 따라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

영화 '페라리' 속 한 장면[왓챠,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중성이 부족했던 탓인지 '페라리'는 제작비 약 9천500만달러(1천380억원)의 절반도 되지 않은 4천300만달러(약 620억원)의 흥행 수익을 거뒀다. 할리우드 영화지만, 미국에선 1천800만달러(260억원)를 버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탈리아 베네치아국제영화제는 경쟁 부문에 이 작품을 초청하며 엔초 페라리를 예우했다.

만 감독은 25년 전인 2000년 무렵부터 엔초 페라리의 전기 영화를 기획했다. 그러나 예산 문제로 교착 상태에 빠졌고 주인공을 맡을 배우도 크리스천 베일, 휴 잭맨 등으로 여러 차례 바뀌었다. 라우라 역을 소화할 예정이었던 스웨덴 배우 누미 라파스도 하차했다. 그러다 애덤 드라이버와 스페인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가 합류를 결정하면서 어렵사리 영화가 만들어졌다.

8일 개봉. 131분.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페라리' 속 한 장면[왓챠,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amb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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