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형 낮고 '솜방망이 처벌' 지적…"양형기준 상향" 제언도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경찰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둘러싼 악성 게시글 수사에 착수했지만, 참사 때마다 반복되는 '조롱글'을 근절하려면 사회적 성숙과 별개로 실질적인 단속 및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온다.
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을 단장으로 전담 수사팀을 꾸려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하는 악성 게시글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전날 기준 모욕성 게시글 및 유튜브 영상 70건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전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 중 6건의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3건은 영장이 집행됐고, 나머지 3건은 법원의 영장 발부를 기다리는 상태다.
희생자나 유가족을 조롱하는 악성 게시글은 참사마다 등장해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가했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 대규모 참사에서는 유가족을 향해 '보상금'을 운운하며 2차 가해를 하는 글이 잇따라 게재됐고, 16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교통사고 추모 현장에는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쪽지가 붙기도 했다.
경찰은 참사 때마다 조롱글 수사에 나섰지만, '솜방망이 처벌'이 조롱글 근절을 어렵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으로 접수된 사건은 2021년 2만8천988건, 2022년 2만9천258건, 2023년 2만4천252건으로 최근 5년 간 계속 2만건을 웃돌았다.
검거 역시 2021년 1만7천243건, 2022년 1만8천242건, 2023년 2만390건으로 증가 추세다.
다만, 검거 이후 징역형까지 이르는 경우는 많지 않고 대다수가 벌금형에 그쳤다.
악성 게시글 작성자에게 적용되는 혐의는 대개 모욕, 사자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이다.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 사자명예훼손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법정형 자체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데다 실제 선고되는 처벌 수위는 더 낮은 편이다.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하는 합성 포스터를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한 누리꾼은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 인식 개선과 별개로 양형기준 강화 등 실질적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악성 게시글은 '영혼의 살인'에 다름없기 때문에 게시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며 "악성 게시글 작성이 살인에 못지않은 심각한 피해를 준다는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사법부가 양형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특히 반복적으로 악성 게시글을 작성하는 사람에게는 가중 처벌을 통해 해당 범죄가 잘못됐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jung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