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경고등] 사라지는 학교…월 50만원씩 주며 학생 유치
연합뉴스
입력 2025-01-04 07:01:01 수정 2025-01-04 07:01:01
전북 초·중·고 학생 40년 만에 70%↓…매년 감소세 가속화
읍·면 경계 넘어 3∼4개씩 묶는 상황…도시도 통폐합 못피해


빈 교실[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주=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전북 남원시 서부권인 대강면, 수지면, 금지면, 송동면은 작년 내내 시끄러웠다.

면(面)별로 하나씩 있던 4개의 중학교를 하나로 통폐합하기로 하면서 찬반 자체를 놓고 여론이 갈라진 데다 통합학교를 어디에 세우느냐를 놓고도 주민 갈등이 이어진 탓이다.

교육계에서도 같은 면 안에 있는 학교를 1대 1로 통합해온 그동안의 방식과 달리 면 경계를 넘어서는 학교들을 대단위로 묶는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 농어촌 이어 도시 원도심도 '작은 학교' 속출

그러나 대규모 학교 통폐합은 피할 수 없는 현상으로, 갈수록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학령 인구 감소세가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통폐합이 추진되는 남원 서부권 4개 중학교의 학생 총수는 40명에 불과하다.

통폐합 논의 과정에서 수지중은 결국 폐교됐고, 대강중은 학생 수가 4명에 불과한 초미니 학교다. 금지중도 13명에 그치고 있다.

현재의 학령인구 감소세를 고려하면 일부 학교는 조만간 자연 폐교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소규모 중학교 3∼4개를 하나로 묶어 거점형 학교를 만들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방치되는 폐교[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동의하지 않는 통폐합을 무리하게 강행하지는 않을 방침"이라면서도 "학생 수 급감에 대응해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전북교육청은 남원 서부권에 이어 소멸 위기지역인 장수·진안·순창 등 3개 군(郡)지역에도 이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어촌 학교의 몰락이 더욱 빨라지게 되는 셈이다.

도시지역 학교도 통폐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북 최대 도시인 전주시의 원도심 학교 가운데 학생 수가 10명 이하인 학교는 6곳이나 된다.

곤지중학교는 1명, 진북초등학교는 6명, 팔복초등학교는 7명이다.

인근 군산시에도 10명 이하의 원도심 학교가 4개, 익산시에는 2개가 있다.

학생이 너무 많이 복식수업까지 했던 도시 학교들이 이제는 존폐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학교 통폐합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지역 소멸 위기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그 속도와 방향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 70만명 넘던 학생, 17만명대로…10년 후면 다시 반토막

1980년대 전북의 초·중·고 학생 수는 총 70만명을 넘나들었다.

그야말로 농촌, 도시 가릴 것 없이 학교가 터질 정도로 학생이 넘쳐났다.

학령인구 감소 (PG)[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그러나 지난해에는 17만8천여명으로 쪼그라들었다.

40여년 만에 70% 이상이 줄어든 것이다.

출생률 저하로 1990년대 들어서면서 본격화한 학생 수 감소세는 최근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2011년 29만명대였던 것이 2015년 23만명, 2019년 20만명, 2023년 18만명으로 내려앉았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저출생 현상 심화로 문을 닫는 학교가 급증할 전망이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4만9천여명이던 도내 중학교 학령인구(만 12∼14세) 총수는 2034년 2만5천여명으로 48% 줄 것으로 추산됐다.

10년 만에 다시 반토막이 나는 것이다.

초등학교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8만4천여명이던 학령인구가 불과 4년 후에는 5만9천여명으로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시·군 전체를 통틀어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이 100명도 안 되는 곳은 장수군과 진안군(각 69명), 무주군(73명), 임실군(90명) 등 4곳이나 된다.

도내 768개 초·중·고교 가운데 전교생이 60명 이하인 학교는 전체의 40.4%인 312곳에서 2028년 353곳(46.5%)으로 증가하고, 전교생이 9명 이하인 초미니 학교도 33곳(4.3%)에서 61곳(8.0%)으로 배 가까이 늘어난다.

'어울림학교'로 되살아난 전주대성초의 학생들[전북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신입생 없는 학교, 졸업생 없는 학교는 이제 이야깃거리도 되지 못한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전북은 저출생에 인구 유출 현상까지 겹치면서 학생 수 감소 속도가 더욱 빠르다"며 "갈수록 더 많은 학교가 존폐의 갈림길에 처하고, 이는 지역공동체의 붕괴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 '속수무책…그래도 한명이라도 유치하자'

학교의 몰락을 막을 뾰족한 방법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도 당장 폐교를 면하려면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유치해야 한다.

전북교육청이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학생 수가 많은 도시 학생을 인근의 작은 학교로 전학시키는 어울림학교(도농 공동학구제) 제도다.

적잖은 효과를 내자 인근 학교 사이에서만 교류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을 시·군 경계를 허무는 데까지 확대했다.

방식도 작은 학교 협력형, 초·중등학교 연계형, 학교-마을 연계형 등으로 다양화했다.

임경진 교육협력과장은 "도시 과밀학급을 해소하고 농어촌 작은 학교를 살리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며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넓혀주는 장점도 있어 지속해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대도시의 유학생을 유치하는 데 눈을 돌리고 있다.

농촌 유학생들[전북교육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농촌유학생 유치사업이다.

첫해인 2022년 27명에서 2023년 84명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24년에는 150명을 넘어섰다.

농촌의 작은 학교 10개 이상을 살릴 수 있는 규모다.

전북교육청은 농촌유학생을 늘리기 위해 학생 1인당 매월 총 50만원의 체재비를 준다.

농촌의 빈집 등을 활용해 유학생과 학부모에게 맞춤형 거주시설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를 운영하는 학교에는 특색 프로그램 운영비로 연 1천200만원씩을 지원한다.

마을도 나섰다.

보통 농촌유학은 학교나 지방자치단체 등 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김제 남포농촌유학사업단은 남포 마을 주민들이 먼저 제안해 성덕초등학교와 김제시청, 김제교육지원청 등과 뜻을 모아 농촌유학생을 유치하고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주민들은 그런 마음으로 농촌유학생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유학생 가족들이 거주할 숙소도 마련했다.

올해 행정안전부와 김제시로부터 예산 10억원을 받아 마을 입구의 정보센터 건물을 가족 체류형 숙소로 리모델링했다.

가족 수에 따라 14평(약 45㎡) 2세대와 23평(74㎡) 2세대를 제공한다.

전북도교육청(30만원), 전북도(10만원), 김제시(10만원) 등은 마을 인근 성덕초교로 유학 오는 학생들에게 매달 총 50만원을 지원한다.

특히 대안교육 특성화 학교로 전국 단위에서 학생들이 모이는 김제 지평선 중·고등학교에 성덕초교 졸업생(4명)이 우선 입학할 수 있도록 협약도 체결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농촌 유학은 소멸 위기의 농산어촌 학교를 살리고 도시 학생에게는 다양한 체험 학업 기회를 주는 상생 프로그램"이라며 "적지 않은 예산이 들지만 폐교의 부작용에 비하면 오히려 '가성비'가 높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doin1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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