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 신년특집] ③ 미중 경쟁 속 주목되는 아프리카 광물
연합뉴스
입력 2025-01-03 07:00:06 수정 2025-01-03 07:00:06
전기차 배터리 등에 쓰이는 핵심광물 풍부…한국만의 '윈윈' 접근 필요


짐바브웨의 리튬 광산. 짐바브웨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리튬의 아프리카 최대 매장국[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글로벌 패권 경쟁 속 아프리카가 자원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아프리카는 전 세계 광물의 30% 이상이 묻혀 있는 자원의 보고다.

친환경 재생에너지(태양광)뿐 아니라 첨단산업인 반도체, 전기차(EV) 배터리 소재로 쓰이는 백금, 크롬, 망간, 코발트 등 핵심 광물이 특히 주목된다.

한국무역협회(KITA) 자료에 따르면 세계 백금의 77%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짐바브웨에서 생산된다.

이차전지에 이용되는 주요 광물의 아프리카 생산 비중도 20∼60%에 달한다.

특히 최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핵심 원료로 각광받는 인광석이 북아프리카 모로코에 대량 매장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탄소 중립에 대한 지속 가능한 개발 시나리오에 따르면 4대 핵심광물(흑연, 코발트, 니켈, 리튬) 수요가 2040년까지 20배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천연자원[무역협회 '한-아프리카 경제협력 활성화 방안' 중]

◇미중 경쟁 격화 속 독자 공급망 확보 비상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중국의 약진을 차단하기 위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거나 대중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자국이 확보한 갈륨, 흑연 등 핵심광물의 미국 수출 등 공급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반격하고 있다.

중국은 이차전지 음극재인 흑연의 공급망 98%를 장악하고 있다.

문제는 이차전지 등에서 중국 다음의 생산국인 한국이 미중 무역전쟁 틈바구니에서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받기 위해 국내 소재업체들은 '탈중국'에 나서고 있다.

IRA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제조과정에서 2024년 기준으로 광물(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등과 양·음극재)의 50%를 미국의 우방국에서 조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 독자적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구자열 당시 무협 회장은 아프리카에 대해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지역"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2024년 6월에 열린 첫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공동선언에서 '핵심광물대화'를 발족하기로 합의했다.

탄자니아, 마다가스카르와는 정부간 핵심광물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정부는 그 후속 조치로 탄자니아 마헹게(Mahenge) 흑연사업 착공식을 포스코 등과 연계해 오는 2월 현지에서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순조롭게 사업이 진행되면 이곳에서 생산되는 음극재는 국내 배터리3사와 파나소닉에 공급될 예정이다.

또 새해 2월 초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광업 인다바가 열린다.

한국은 미국, 일본, 영국, 호주 등 14개국으로 이뤄진 핵심광물 공급망협의체(MSP)의 의장국으로서 아프리카 최대 광업 콘퍼런스인 이 자리에서 가칭 '한-아프리카 대화' 세션을 진행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지속가능 개발로 중국과 차별화"

자원 공급망 확보를 둘러싼 미중 경쟁 속에 몸값이 높아진 아프리카는 중국이나 미국 가운데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다는 한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가 광물자원 개발에 참여하길 원하고 있다.

또 부가가치가 낮은 원석 그대로의 광물 수출을 통제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에미 제로노 킵소이 주한 케냐 대사는 지난 12월 연합뉴스와 한-케냐 수교 60주년 인터뷰에서 "새 광업법으로 밸류체인을 보호하는 추세다. 원자재가 곧바로 해외로 나가는 것보다 서로에게 혜택을 주는 투자 방식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서상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독자적 협력을 위한 한국형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24년 6월 체결된 한-탄자니아 광물 업무협약[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탄자니아에 가공·정제 시설을 짓고 한국인이 보유한 기술을 현지인에게 교육해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가공을 통한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을 제언했다.

그간 중국 등이 주도한 아프리카 광물개발에서 산림훼손, 식수오염, 아동노동 착취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우리 기업은 규모가 큰 중국처럼 채굴과 인프라 부설까지 다 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채굴 후 환경 회복까지 지속 가능한 개발로 중국과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진동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은 이에 대해 "우리가 아프리카에서 유럽연합(EU)처럼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노력하는 방향성은 옳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ESG 가치를 중시하는 시장이 과연 폭넓게 형성돼 있는지, 중국과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 있는 국내 기업들이 환경 추가 비용을 감내할 수 있는지 등은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단기적으로 아프리카산 광물의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여도는 아직 높진 않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핵심광물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데 협력 파트너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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