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야탑동 주택공급 철회 요청에 국토부 "내년 물량 3분의 1 축소" 반격
내달 4일까지 대체 부지 요구…공문받은 당일에 즉각 반박 공문으로 신경전
"지자체 협조 없이 지원없다" 메시지 분석…'님비현상' 심화하면 재건축 차질 우려도
내달 4일까지 대체 부지 요구…공문받은 당일에 즉각 반박 공문으로 신경전
"지자체 협조 없이 지원없다" 메시지 분석…'님비현상' 심화하면 재건축 차질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의 이주대책을 놓고 지자체와 국토교통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성남시가 국토부의 이주지원대책에 반기를 들자, 국토부도 "이주대책 마련의 주체는 지자체"라며 즉각 맞대응하고 나섰다.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이 제대로 본궤도에 오르기 전부터 삐걱대는 모양새다.
◇ 이주지원주택 놓고 성남시-국토부 갈등…"4일까지 대체 부지 못 내놓으면 물량 축소"
30일 부동산 업계와 국토교통부, 성남시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7일 오후 성남시에 성남 분당구 야탑동 일원에 계획한 1천500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 계획을 취소할 경우 내달 4일까지 대체 부지를 제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어 이날까지 대체 부지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내년도 정비사업 지정 물량을 축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성남시의 내년도 정비사업 대상 선정 물량은 올해 선도지구 수준인 1만2천가구로, 장래 이주수요를 고려해 이를 3분의 2 수준인 8천가구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27일 오전 성남시는 국토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1기 신도시 이주지원대책 가운데 야탑동 621번지 일원에 건설하기로 한 1천500가구의 주택 공급 계획을 취소해 달라는 공문을 국토부에 보냈다.
"주택공급 규모 등 제반 여건에 대한 사전협의 없이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것이 성남시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주 대책용) 신규 주택공급은 보존 가치가 낮은 개발제한구역 등의 해제를 통해 공급될 수 있도록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성남시의 취소 요청을 받자마자 이례적으로 당일에 즉각 대응 공문을 보냈다.
국토부는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이주지원 방안과 광역교통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 10월 28일 성남시장을 만나 성남시 이주지원을 위한 주택공급 후보 구역을 확정했고 11월 21일에 성남시장의 요청으로 경기도가 해당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며 "사전협의 없이 발표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성남시가 취소 요청을 한 야탑동 일원은 2025년에 선정되는 정비사업 물량의 이주에 대한 입주 물량 확보 차원으로 계획됐다"며 "성남시가 주택공급 취소를 원한다면 노후계획도시정비법 제31조에 따른 이주대책 수립 의무자인 성남시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성남시에 보낸 공문에서 시가 이주주택 공급 대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경기도와 협의해 내년도 성남시 노후계획도시정비 선정 물량 1만2천가구를 8천가구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분당신도시는 지난달 1기 신도시 가운데 가장 많은 1만2천55가구(연립주택 구역 포함)가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정됐다.
또 시 정비계획에 따라 내년도 1만2천가구를 비롯해 2033년까지 연간 1만가구 안팎의 신규 정비사업 물량을 선정할 방침이다. 10년 차인 2034년의 선정 물량은 2만7천가구에 달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자체의 반응에 즉각 반격하고 나선 것은 앞으로 지자체와 주민의 협조 없이는 정부 차원의 지원도 없을 것이라는 강경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했다. "가뜩이나 신도시 정비사업이 '분당 특별법'으로 불리는 것을 경계한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성남시 측은 국토부의 예상 밖 단호한 대처에 대체 부지 제공 계획 등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건축 가구수를 축소하고, 중형 이상 분양주택으로 짓는 쪽으로 절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재건축 지역에 교통체증이 반대 이유라니"…님비현상 경계론
야탑동 중앙도서관 인근의 주택 공급 부지는 과거 성남시가 성남보건소 이전 부지로 검토했으나 기존 보건소 건물을 재건축하는 쪽으로 결론 난 뒤 시가 주택건설을 추진하던 곳이다.
전체 부지 가운데 성남시 소유 시유지가 30%이며, 나머지는 개인 사유지다.
국토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이곳에 2029년까지 주택 1천500가구를 건설하면 전세 물량이 공급돼 신도시 이주수요를 분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공개한 신도시 이주대책 가운데 유휴부지 활용 방안은 주택을 건설해 분양 전에 먼저 이주용 임대주택으로 사용하고, 리모델링을 거쳐 분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야탑동은 성남시와 주민들의 의지에 따라 처음부터 분양주택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논란이 된 건설 규모(가구수)는 추후 지구계획을 거치며 변동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성남시와 야탑동 일대 주민들은 교통체증 등 생활 여건 악화를 이유로 공공주택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국토부 측은 이에 대해 "야탑동에도 선도지구가 있고, 앞으로 광역교통개선 대책에 따라 분당 전체가 재건축을 추진할 텐데 1천500가구 신규 주택 건설로 교통체증을 문제 삼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지에서는 실제 주민들의 반대 이유로 소형주택을 짓거나 이주용 임대주택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분당구 야탑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국토부가 LH를 통해 분양주택을 짓더라도 고도 제한이 있어 1천500가구를 짓기 위해서는 소형주택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며 "주민들은 고급 주택단지가 건설돼야 집값 상승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는데, 민영아파트도 아닌 공공주택이 들어서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신도시 재건축으로 발생할 이주수요와 주택 공급 물량에서 '미스매치'(불일치)가 우려되는 분당과 평촌·산본에 재건축 이주 지원용 주택 7천700가구를 건설할 방침이다.
그러나 아직 부지가 확정되지 않은 곳들이 많아 지자체와 주민 협의 과정에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일각에서는 과거 행복주택처럼 지역 주민들의 '님비(Not in my backyard·지역 이기주의) 현상'이 과도할 경우 신도시 정비사업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 사업인 행복주택은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을 위해 역세권이나 지자체 유휴시설 부지에 소규모 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임대주택 건설을 거부하는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지 지정이 철회되는 등 진통을 겪으며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가 당초 신도시 재건축 이주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별도의 이주단지 조성 계획을 밝혔다가 철회한 가장 큰 이유도 임대단지 건설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컸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한 대학 교수는 "1기 신도시는 유례없는 용적률 혜택부터 패스트트랙 사업 절차, 초기 사업비 저리 대출 등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다른 재건축 사업과 비교해 특혜 시비도 제기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의 욕심만 앞세우고, 지자체도 비협조적이라면 정부 지원의 명분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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