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울산!] AI '매의 눈'이 결함 잡는다…비파괴검사 혁신하는 '두브'
연합뉴스
입력 2024-12-30 07:00:05 수정 2024-12-30 07:00:05
울산대 교원 창업기업, 육안 의존 벗어나 AI로 제품·설비 '현미경 검사'
'AI 학습용 가상 결함 생성' 핵심기술 보유…이수동 대표 "업계표준·세계시장 목표"


비파괴검사에 AI 활용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스타트업 '두브'의 창업 주역들. 왼쪽부터 김균엽 CBO, 이수동 CEO, 곽동혁 CTO. [두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울산은 '산업 수도'로 명성을 이어왔습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우리나라 주요 산업을 이끌어온 대기업이 토양을 닦은 곳이지만, 이제는 스타트업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지역 경제의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울산 지역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도전을 응원하는 기획기사를 매월 한 꼭지 송고합니다.]

두브가 개발한 시제품 캡처 사진[두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가령 그동안 1만장의 엑스레이 사진을 사람이 일일이 확인해 제품 결함이 있는 1∼2장을 찾아냈다면, 이제 그 작업을 인공지능(AI)이 담당하는 겁니다. 사람은 AI가 찾아준 소수의 결함 의심 이미지를 보며 판독에만 집중할 수 있어 업무 정확도와 효율, 비용 절감 효과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것이죠."

AI의 거대한 물결은 인류의 삶을 휩쓸고 들어와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다만 AI를 어떤 분야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결정하는 일만큼은 아직 사람의 탁월한 아이디어와 실행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울산대학교 교원 창업기업인 '두브'(DOOV)는 다양한 분야의 산업현장에서 필수적인 비파괴검사에 AI 활용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스타트업이다.

비파괴검사는 검사 대상 설비나 제품을 파괴하지 않은 상태로 재료나 구조의 결함과 특성 등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보통은 배관이나 탱크 등 용접 부위를 검사하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주조나 사출 등 모든 제조업 공정에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무엇보다 설비 안전이나 제품 품질과 직결되는 결함 여부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는 과정인 만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절차다.

두브 회의 모습[두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실제 산업현장에서 비파괴검사에는 많은 개선 과제가 있다.

우선 발주처와 건설사·제조사를 거쳐 하도급 되는 시장 구조 때문에 대다수 업체가 영세화를 면하기 쉽지 않다.

3D 업종이라는 인식으로 청년들이 기피하고, 그 영향으로 검사인력 고령화와 수급 부족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특히 작업 특성상 검사와 판정을 모두 사람의 작업에 의존해야 하는데, 반복되는 과중한 업무로 '휴먼 에러'(인간의 오류)가 발생할 여지가 상존한다.

이수동 두브 대표(37·산업경영공학부 교수)는 이런 문제에 착안, 창업을 준비했다.

민간 대기업과 정부출연연구소에서 AI 전문가로 근무한 경력으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이 많았던 이 대표는, 교수로 임용된 후에도 '학문으로 끝나지 않고 현장에서 쓰일 만한 성과'를 목표로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그런 방향성과 노력은 사업 계획으로 구체화했고, 이 대표는 각각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정통한 전문가 2명과 의기투합해 올해 5월 두브를 창업했다.

이 회사가 제작 중인 소프트웨어는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용접 결함 탐지를 AI를 활용한 시스템이 자동으로 해내는 것으로, 현재 개발 막바지 단계다.

현재 용접 결함 탐지는 신체를 엑스레이로 촬영하는 것과 같은 원리의 '방사선 투과검사'(RT)를 통해 필름이나 디지털 이미지를 확보한 뒤, 이를 사람이 모두 검사하고 판독하는 방식이다.

검사 인력이 현장에 파견돼야 하고, 검사와 동시에 방대한 양의 이미지를 판독해야 하는 고충이 뒤따른다.

그러나 AI에 이미지 판정을 맡기면, 사람은 그 과정을 통해 도출된 극소수의 결함 의심 이미지를 판독하는 업무에만 매진할 수 있다. 검사 정확성은 물론이고, 작업 절차나 인력 운용 측면에서도 효율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두브는 이런 기술에서 나아가 비파괴검사 이미지 정보 관리, AI 기반 결함 탐지, 전문검사원의 사용자환경(UI)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설루션 제작을 목표로 삼았다.

이 대표는 "안전과 직결되는 비파괴검사는 어느 분야보다 정밀성을 요구하는 작업인데, 오직 육안 검사에 의존해 오류 위험이 크다는 점이 역설적이었다"면서 "그 오류의 여지를 AI가 없앨 수 있겠다는 점에 착안해 사업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시제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이수동 대표[두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요즘 국내외에서 비파괴검사에 AI를 적용하려는 시도는 이어지고 있지만, 두브는 다른 업체와 차별화되는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가상 결함 생성 기술'이 그것으로, 두브는 국내외 특허 출원을 완료한 상태다.

이 기술은 AI가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결함을 신속하게 가려내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가상의 결함을 생성해 AI를 학습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교한 판정을 위해서는 AI가 다양한 유형의 실제 결함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는데,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극소수 결함 사례들만으로는 표본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 이미지 처리와 AI 기술을 통해 가상 사례들을 만들어 풍부한 비교군을 확보하는 것이다.

두브는 이런 기술들을 적용한 소프트웨어 시제품 개발까지 완료한 상태이며, 내년에는 제품을 출시해 매출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선은 강관(강철로 만든 관) RT 분야에 발을 내디딘 뒤, 장기적으로는 자동차·조선·건설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한다는 복안이다. 또한 RT뿐 아니라 초음파 탐상검사(UT) 등 다양한 종류의 비파괴검사에 AI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단순히 AI를 적용한 기술을 앞세워 시장의 파이 일부를 차지하는 것을 넘어 더 큰 이상을 품고 있다.

이 대표는 "AI 결함 탐지가 하나의 대안 기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발주처나 제조사가 선호하는 '업계 표준'으로 채택되도록 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그 과정을 통과하면 업계를 선도하고, 나아가 국제 비파괴검사 공인기관이나 해외 발주처를 대상으로도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포부를 밝혔다.


hk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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