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10% 증가…중소기업들도 시름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경기 침체 여파로 소상공인 폐업 공제금 지급 규모가 올해 1조3천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5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지난달까지 1조3천19억원 지급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1천820억원보다 10.1%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다.
다만 폐업 건수는 10만2천940건으로 지난해(10만3천254건)보다 조금 적었다.
소상공인의 경영 어려움을 가늠할 수 있는 신용보증재단 대위변제금은 급증했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상공인이 은행에서 빌린 돈을 지역 신용보증재단이 갚아준 대위변제금은 2022년 5천76억원에서 지난해 1조7천126억원, 올해 들어선 지난 10월까지 2조578억원으로 증가했다.
소상공인들은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인건비와 재료비 등 비용이 인상돼 경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최근 강남에서 2년간 카페를 운영하다 폐업한 한 자영업자는 "성수기인 여름에 매출이 잘 안 나온 데다 날씨가 추워지니 손님이 더 떨어져 겨울을 버티지 못할 것 같아 가게를 접었다"며 "적자는 아니었으나 아르바이트생 임금을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10년째 네일샵을 운영하고 있으나 여름부터 매출이 꺾이기 시작하더니 가을에는 운영하기 힘들 정도로 매출이 오르지 않아 폐업하려고 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6천487명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역대 가장 많았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자영업자들은 시장이 힘들 때 버틸 수 있는 힘이 많지 않다"며 "수년간 최저임금이 오른 데다 고물가에 비용은 증가하고 내수경기가 무너지면서 수입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3∼12일 중소기업 50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중소기업 47.2%가 올해 자금 사정이 '작년보다 악화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악화했다'고 답한 비율(31.7%)보다 15.5%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중기중앙회가 지난 18∼22일 중소기업 1천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 기업의 59.7%가 내년 경영환경이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고, 올해보다 악화를 예상한 기업은 23.1%, 호전될 것이라는 기업은 17.2%를 각각 차지했다.
중소기업들은 고환율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규제 강화 정책 등을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환율 예측과 대응 역량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선물, 보험 등 환헤지(환 변동 위험 회피) 상품 활용을 통한 전략적인 대응보다 단가 조정이나 원가 절감 등 간접적인 대응을 하지만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연간 500억원 규모의 의류를 수입하는 한 업체는 "연초 사업계획을 세울 때 원/달러 환율 1,300원, 원/위안 환율은 180원대로 각각 잡았는데 달러와 위안화 모두 10% 상승했다"며 "환율로만 20억∼30억원이 손해인데 내수경기도 위축돼 연말에도 매출이 좋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중소기업 환율 리스크 분석 연구'에 따르면 제조 중소기업의 영업이익 측면에서 환리스크(환차손익)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25% 수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하면 환차손은 약 0.3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원화 가치 하락) 가격 경쟁력이 생겨 수출 기업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최근 들어선 호재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기업들은 강조한다.
원재료 가격 상승 영향을 피해 갈 수 없는 데다 자국 우선주의 심화로 수입 규제가 대폭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내놓은 '2025년 1분기 수출산업 경기 전망지수(EBSI)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1분기 EBSI는 96.1로, 4개 분기 만에 기준선인 100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K-뷰티'로 전성기를 맞은 화장품은 그동안 중소기업 수출을 이끌어 왔지만 '관세 폭탄'을 예고한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올해 9월 누계 기준 대미 화장품 수출은 9억9천만 달러(1조4천377억원)로 지난해보다 49.6% 증가해 전체 화장품 수출을 이끌었다.
한 화장품 업체는 "미국의 관세 인상에 따른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와 화장품 분야 규제 강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원재료를 수입해 다시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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