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성탄마켓 차량 테러 용의자, SNS에 "큰일 벌어질 것" 예고
연합뉴스
입력 2024-12-22 21:27:26 수정 2024-12-22 21:27:26
"정의구현 방법 알려달라" 적기도…독일 당국 잇단 경고 받고도 못막아
'무슬림 출신 반이슬람 극단주의자' 독특한 이력…반이민 시위도 촉발


차량 돌진 사건 용의자 탈렙 A.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독일 마그데부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 차량 돌진 테러 사건의 용의자가 앞서 소셜미디어에 범행을 예고하는 글을 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독일 당국이 테러 징후에 대한 사전 경고를 받고도 막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AP, 로이터, AFP 통신과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용의자 탈렙 A(50)는 사건 이전에 소셜미디어에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적었다.

8월에 올린 한 게시물에서는 "독일이 우리를 죽이길 원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학살하거나, 죽거나, 혹은 자부심 속에 감옥으로 가겠다"고 했다.

같은 달 다른 게시물에는 "독일 대사관을 날려버리거나 독일인을 무차별 살해하지 않고 정의를 구현할 방법이 있느냐. 누구라도 좀 알려 달라"고 적었다.

독일 당국이 그의 '수상한 언행'을 파악하고 있었던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탈렙 A의 극단주의적 주장과 관련해 독일 정보당국에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연방이민난민청 관계자도 AP통신에 지난 늦여름께 그에 대한 경고를 받았다며 "다른 많은 정보들처럼 진지하게 다뤄졌다"고 밝혔다. 다만 조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해당 정보를 관계 기관으로 이첩했다고 덧붙였다.

AFP통신에 따르면 독일 일간 디벨트는 보안 소식통을 인용, 지난해 연방경찰이 그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진행했으나 '구체적 위험'이 특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고 보도했다.

일반적인 기존의 테러범들과는 다른 '독특한' 이력 때문에 그의 위험성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았으리라는 지적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으로 독일에 난민 신청을 해 영주권을 얻고 심리치료 의사로 일해 온 탈렙 A는 박해받는 이슬람 여성들을 돕는 활동을 하며 반이슬람 운동으로 지역 사회에서 명성을 얻었다.

이후 독일 정부의 포용적 난민 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고, 반이민 정책을 표방하는 극우당인 독일대안당(AfD)을 지지한 데 이어 자신이 독일 정부로부터 박해받는다는 인식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게 현지 언론 등의 분석이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테러 전문가인 페터 노이만은 "이 업계에서 25년간 일하고 나니 놀랄 만한 일이 별로 없는데, '독일 동부에 거주하는 무슬림 출신의 50세 사우디인이 AfD를 지지하면서 독일의 이슬람에 대한 관용을 응징하기를 바랐다'라니, 이건 정말 내 정보망에는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탈 무슬림 중앙위원회'의 미나 아하디 의장은 AFP통신에 "그는 수년간 우리를 공포스럽게 해 왔기 때문에 낯선 인물이 아니다"라며 "그는 극우 음모론에 빠진 사이코패스로, 무슬림만을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혐오에 동의하지 않는 모두를 혐오한다"고 말했다.

독일 마그데부르크의 교회 앞에서 차량 돌진 테러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 [EPA=연합뉴스]

독일 수사당국은 탈렙 A를 5건의 살인 및 200건의 살인미수 혐의로 입건하고 구금해 구체적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그가 공격 전에 빌린 BMW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비상 제동 장치를 고의로 꺼 충격을 극대화하려 했다고 보고 차량 포렌식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올라프 숄츠 총리가 직접 테러 현장을 찾아 하얀 장미를 헌화하는 등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반이민 시위도 고개를 들고 있다.

독일 경찰은 이날 약 2천100명이 모인 시위에서 충돌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우익 진영에서 '테러 반대'를 명분으로 홍보한 이날 시위에서는 발라클라바(눈만 내놓은 복면)를 쓴 시위대 사이로 이민자를 추방하라는 구호가 적힌 배너가 내걸렸다.

sncwoo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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