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우리가 탄핵의 고비를 넘기더라도…
연합뉴스
입력 2024-12-17 15:46:10 수정 2024-12-17 15:46:10


탄핵심판 앞둔 헌법재판소(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2024.12.17

(서울=연합뉴스) 최재석 선임기자 = 16일 경기도 수원의 한 장례식장에서는 산업 재해로 숨진 몽골 출신 이주 노동자 강태완(32) 씨의 발인이 있었다. 지난달 8일 전북 김제의 특장차 제조업체에서 일하다 숨진 강씨의 장례는 회사 측이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유족 측의 요구를 뒤늦게 수용함에 따라 사고 한 달이 훨씬 지나 치러질 수 있었다. 강씨의 유골은 그가 초·중·고를 다니며 20여년을 살았던 경기도 군포의 한 사찰에 모셔졌다.

[제공:이주와 인권연구소]

몽골 태생이지만 한국에서 자라면서 '한국인'의 평범한 삶을 꿈꿨던 미등록 체류 신분의 강씨에게 한국 땅은 살아서 꿈을 이루기엔 너무나 버거운 곳이었다. '이주와 인권연구소' 등 이주민지원단체들은 강씨의 장례가 끝나고 곧바로 이주 아동과 청소년이 배우고 자라온 한국에서 계속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장기체류 이주아동 체류권 보장을 위한 캠페인 <LET US DREAM>'을 시작했다. 미등록 이주아동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교육권을 보장받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8세까지는 한국에 머물 수 있다. 하지만 고교 졸업 후에는 언제든지 단속과 추방 대상이 된다.

시민들로 가득 찬 여의도(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일대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석자들이 운집해 있다. 2024.12.14

연일 이어지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는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는 장이었다. 집회를 주도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 이외에 평범한 시민과 학생들도 자발적으로 연단에 올라 자신의 주장을 폈다. 특히 지난 12일 엑스(X·옛 트위터) 등 SNS에 올라온 부산 서면 집회 영상은 적잖은 울림을 남겼다. 이 영상에서 자신을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술집 여자'라고 밝힌 여성은 "우리가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난 다음에도 계속해서 정치와 우리 주변의 소외된 시민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일"을 간곡히 부탁하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섰다고 말했다.

헌재 앞 대통령 지지 화환(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 화환이 놓여 있다. 2024.12.17

그의 주장은 우리 사회가 이 탄핵의 고비를 잘 넘기더라도 그것으로만 끝나면 우리 사회의 해묵은 구조적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예로 쿠팡 노동자의 죽음, 파주 용주골 재개발, 동덕여대의 대학 민주주의 위협, 장애인의 지하철 이동권 문제, 여성을 향한 데이트 폭력, 이주노동자 아이에 대한 차별 등을 들었다. 이 여성은 이번 탄핵의 고비를 넘기더라도 그것이 "끝이고 해결이고 완성이라고 여기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우리 사회에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비상계엄 사태.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국회의 계엄 해제,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시작 등 숨 가쁘게 흘러가는 탄핵 정국을 지나는 방법도 사회 구성원마다 제각각이다. 일상에 쫓겨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아무런 행동의 변화 없이 지내는 이들도 있고, 직접 탄핵 집회에서 참석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다. 헌재의 정문 담벼락에 탄핵 반대 구호가 걸린 화환들을 세워놓은 이들도 있다. 이렇게 표출되는 여론은 사법기관의 내란죄 혐의 수사와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사태는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될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다시 그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까.


이번 사태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넘어 민주주의를 확고히 지킬 수 있는 법과 제도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8년 만에 탄핵 사태가 반복되는 것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해서 일 것이다. 대통령 권한에 대한 적절한 견제, 비상계엄 제도에 대한 합리적 개선, 군에 대한 확실한 문민통제 등 숱한 과제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냥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다.

bond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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