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지방의회 3년치 출장 점검…44%가 항공권 위조해 비용 과다 청구
형사처벌·환수조치 대상 많아…"자기 출장 자기가 심의하는 셀프 심사도"
형사처벌·환수조치 대상 많아…"자기 출장 자기가 심의하는 셀프 심사도"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지방의회 의원들이 해외로 출장을 가면서 항공권 가격을 부풀려 제출하거나 지급된 예산으로 화투·술을 구입하는 등 세금을 낭비한 사례가 드러났다.
특히 전체 출장의 절반 가까이에서 규정 위반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면서 지방의원들 사이에 부당한 예산 사용이 마치 관행처럼 광범위하게 번져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익위는 16일 지난 2022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최근 3년간 지방의회가 주관한 지방의원 국외 출장 915건을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3년간 출장에서 항공권을 위·변조해 실제 경비보다 부풀린 사례가 44.2%에 해당하는 405건에 달했다.
한 예로 충남도의회는 2022년 해외 출장에서 1인당 약 164만원인 항공료를 2배가 넘는 338만원으로 과다 청구했다. 이에 따른 차액 총 1천741만원이 초과 지급됐다.
울산시의회도 올해 태국 출장에서 항공권 금액을 2배가량 과다 청구하고는 항공권의 QR코드를 인식하지 못하게 훼손했다.
권익위는 "이 같은 비용 허위 청구는 형사처벌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출장 일정을 살펴보니 외유성 일정이 많았다. 특히 유명 관광지 입장료와 가이드 비용 등을 예산으로 지출한 사례가 33건으로 나타났다.
대구 수성구의회는 지난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이탈리아 바티칸 박물관 등을 관광하고 인솔자 비용 약 300만원을 예산으로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춘천시의회는 지난해 영국·프랑스 출장에서 토트넘 축구장과 영화관 등을 찾았고, 이 방문비와 통역비 명목으로 총 4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공적 목적에 맞지 않는 지출은 환수 처분이 필요하다고 권익위는 밝혔다.
세금으로 술, 화투, 숙취해소제 등을 구매하는 경우도 흔했다.
전남도의회는 올해 베트남 출장에서 화투, 술, 육포, 믹스커피, 컵라면 등을 사는 데 76만원을 지출했다
서울 관악구의회는 올해 미국 출장에서 칫솔과 깻잎 통조림 등에 약 249만원, 피로해소제 등에 106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출장비용으로 간식류 물품을 구입한 사례는 19.5%인 178건이었다.
이외에 지방의원 의전을 위해 과도하게 많은 의회 직원이 출장에 동원되거나, 출장 취소로 수수료를 과다하게 지출한 사례들을 확인했다고 권익위는 전했다.
해외 출장 결과 보고서 작성도 대체로 부실했다.
출장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보고서 작성을 여행사에 위탁하고 그 비용을 예산으로 지출한 사례 등이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규정 위반을 제재해야 할 감시 시스템 역시 허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익위는 "지방자치단체마다 국외 출장 심사위원회를 운영하지만, 지방의원이 심사위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동료의원들과의 관계, 향후 자신의 출장 고려 등으로 공정한 심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권익위는 "심지어 심사위에 속한 지방의원이 자신의 출장을 심사한 경우도 있었다"며 이른바 '셀프 심사'가 이뤄진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지방의회와 관련해 이해충돌, 국외 출장, 청렴도 등을 주제로 기획 실태조사를 벌였으며 향후 결과 책자도 발간할 계획이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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