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공원 용역에 송악산·알뜨르비행장 인근 체육시설 포함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일제 전적지 등 근현대사 유적지가 산재한 제주평화대공원과 인근 송악산 일대에 파크골프장과 야구장, 사격장 등의 체육시설 조성이 추진된다.
하지만 제주평화대공원의 평화·생태 가치 보존을 주장하는 단체가 이 같은 계획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도는 알뜨르비행장 등의 제주평화대공원과 인근 송악산 일대에 스포츠타운을 조성하는 내용의 '마라도해양도립공원 공원계획 변경 용역'을 18일 최종 보고한다고 16일 밝혔다.
용역안에는 알뜨르비행장 활주로 동쪽에 야구장 4면과 사격장을 건설하고 북동쪽 지하 벙커와 관제탑 유적지 주변에 대규모 파크골프장을 건설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송악산 인근 산이수동 마을 근처에는 전지훈련장이 계획됐다.
마라도해양도립공원 육상부(0.58㎢)에는 송악산과 인근 고사포 진지 등의 일제 전적지 등이 있다.
마라도해양도립공원 육상부 서쪽에 있는 제주평화대공원 부지에는 알뜨르비행장, 비행장 격납고, 제주4·3유적지인 섯알오름 예비검속 유적지 등의 근현대사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이번 최종보고회는 마라도해양도립공원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송악산과 제주평화대공원 보존을 위한 '송악산·알뜨르사람들'은 최근 성명을 통해 "평화와 생태의 공간인 이곳에 난데없이 체육시설 건설안을 검토한다는 발상을 용납할 수 없다"며 "체육시설 건설안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악산과 알뜨르 일대가 생태와 평화의 가치를 온전히 실현하는 평화대공원으로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평화대공원 부지는 국유재산이지만 지난해 9월 제주특별법 개정으로 활주로를 제외한 69만㎡를 제주도가 무상양여 받아 쓸 수 있게 됐다.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알뜨르 비행장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 조성이 시작돼 1945년까지 사용됐다. 활주로 길이는 1천400m, 폭 70m 규모다.
1937년 중일 전쟁 때에는 일본해군의 중국 난징 폭격 발진기지였고 1945년 태평양전쟁 막바지에는 일본 본토 사수를 위한 결호작전의 7호 작전의 지역 군수 시설 중 하나였다.
제주4·3 당시에는 학살의 현장이면서, 한국전쟁 때는 주변에 육군 제1훈련소와 전쟁 포로 수용소 등으로 활용됐다.
'알뜨르'는 아래쪽 벌판이라는 의미의 제주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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