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라틴계 남성'에서 첫 승리…'흑인 남성'에선 해리스 선전
대졸자 해리스, 저학력층 트럼프 쏠림…백인 여성도 교육수준 따라 갈려
'낙태 대부분 합법' 응답 유권자 절반이 트럼프 지지…가장 시급한 문제는 '경제'
대졸자 해리스, 저학력층 트럼프 쏠림…백인 여성도 교육수준 따라 갈려
'낙태 대부분 합법' 응답 유권자 절반이 트럼프 지지…가장 시급한 문제는 '경제'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5 대선에서 압승한 가운데 라틴계 남성의 급격한 지지 증가와 젊은 유권자 및 중도층에서의 지지세 확대 등이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가 미국 언론에서 6일(현지시간) 나왔다.
특히 연방 차원의 낙태권 판결인 '로 대 웨이드'가 폐기되고 처음 진행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낙태 이슈는 결정적인 파괴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대학 학위를 소지하지 않은 저학력층 유권자들의 지지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쏠린 것도 당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 트럼프, 라틴계 남성 유권자 투표에서 첫 승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색 인종 유권자 그룹 가운데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라틴계 남성 유권자 그룹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를 앞섰다.
CNN이 선거 당일 및 사전투표 등에서 진행한 출구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54%)은 라틴계 남성 유권자 그룹에서 해리스 부통령(44%)보다 10%포인트(P)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
라틴계 남성 유권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마했던 2016년과 2020년 모두 민주당 후보를 더 많이 지지했다. 2016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이 31%P, 2020년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23%P 우위에 있었는데 이번에는 라틴계 남성들의 지지 정당 후보가 뒤바뀐 것이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라틴계 여성 유권자 그룹에서는 24%P 우위를 기록했다. 다만 이 수치는 2016년(44%P), 2020년(39%P)보다는 줄어든 것이다.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 중요 유권자 그룹으로 주목받았던 흑인 남성 유권자 그룹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엇비슷한 지지를 얻었다. 해리스 부통령의 우위(+58%P)는 클린턴 전 장관 때(+69%P)보다는 낮은 것이지만, 바이든 대통령(+60%P)과는 큰 차이가 없었다.
이와 함께 이번 대선이 남녀간 성별 대결로 주목받으면서 관심을 끌었던 백인 여성 유권자 투표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보다는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우위(+5%P)를 기록했다.
민주당이 '남편 몰래 투표하자'는 캠페인까지 벌였으나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 교육수준 따라 격차…트럼프, 학위 미소지자 득표율 높아
두 후보에 대한 인종별, 성별 득표율 차이는 교육 수준에 따라 더 벌어지기도 했다.
NBC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남성 유권자 중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득표율은 각각 55%, 42%였다. 여성 유권자에게서 두 후보는 각각 45%, 53%의 표를 얻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2020년보다 3%P 올랐다.
백인 여성의 경우 대학 교육을 받은 유권자의 57%가 해리스 부통령에게 표를 줬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은 41%에 그쳤다.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백인 여성 중에는 35%만 해리스 부통령에게 표를 줬다. 63%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다.
로이터통신의 조사 결과를 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학을 가지 않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56%의 표를 얻었다. 2020년과 비교해 6%P 높다. 올해 해리스 부통령의 득표율은 42%였다.
대학 학위 소지자의 55%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표율은 42%로, 4년 전보다 1%P 낮다.
◇ 젊은층에서 트럼프 지지세 강화…65세 이상에서는 해리스가 승리
세대별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젊은 층에서 지지세가 늘어난 것이 확인됐다. 18~44세 유권자에서 여전히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이 우위를 차지했으나 격차는 이전보다 줄었다.
18~29세 유권자 그룹의 경우 민주당 후보가 2016년에는 19%P, 2020년은 24%P 더 높게 지지를 받았으나 이번에 해리스 부통령의 우위 규모는 13%P에 그쳤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처음 대통령 선거를 한 유권자 그룹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9%P 우위를 기록했다. 2020년의 경우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32%P 이겼으나 이번에 이 유권자 그룹은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움직인 것이다.
30~44세 유권자의 경우에도 민주당 후보가 5%P 우위에 그치면서 2016년(10%P)보다 지지세가 줄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45~64세 유권자 그룹에서 이전의 지지세를 회복했다. 그는 2016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8%P 격차로 민주당 후보를 앞섰다.
그러나 65세 이상의 고령자 그룹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이번에 근소하게 앞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유권자 그룹에서 2016년 7%P, 2020년 5%P 우위였으나 이번에는 1%P 뒤졌다.
지역별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골(2016년 27%P 우위 → 2024년 27%P 우위)과 교외 지역(2016년 4%P 우위 → 2024년 2%P 우위)에서 이전과 같은 수준의 지지를 다시 회복했다.
◇ 예상외로 위력 약했던 낙태 이슈
성별로 보면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 유권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10%P 더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는 2016년(+13%P)이나 2020년(+15%P)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낙태 이슈를 놓고 보면 해리스 부통령은 '모든 경우에 낙태가 합법'이라고 답한 유권자 그룹에서는 78%P 우위를 기록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낙태가 합법'이라고 밝힌 유권자에서는 4%P만 앞섰다.
이는 '낙태가 대부분의 경우에 합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의 절반가량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을 시행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표심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유권자들에게 낙태, 경제, 외교정책, 이민, 민주주의 상태 등 5가지 이슈 중 투표에 가장 중요한 요소를 물었을 때 낙태를 택한 유권자는 14%에 불과했다. 대부분 유권자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경제(32%)를 꼽았다.
나아가 이번 대선에서 낙태권 보장과 관련한 투표를 한 주(州) 가운데 남부 경합주인 애리조나, 네바다의 경우는 '낙태권 보장' 투표는 가결됐으나 대선 투표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후보를 이긴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밤까지 개표가 진행 중인 두 곳에서 5%P씩 우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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