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세계안보지형 뒤흔드는 北의 러시아 파병…가용수단 총동원할 때
연합뉴스
입력 2024-10-20 16:13:38 수정 2024-10-20 16:13:38


국정원 제시 '북한군 파병' 위성사진 증거(서울=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합성개구레이더(SAR) 탑재 위성이 촬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증거 사진을 18일 공개했다. 해당 사진은 지난 12일 북한 병력 수송 목적 러시아 함정 활동. 2024.10.18 [국가정보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2024.10.20 송고]

(서울=연합뉴스) 설마 했던 북한의 러시아 파병설이 사실로 확인됐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8일 "북한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했다"며 북한군의 참전을 공식 확인했다. 최정예 특수작전 부대인 11군단, 소위 폭풍군단 소속 4개 여단 총 1만2천여명 규모의 병력을 파병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이미 선발대인 1천500여명이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동해 적응 훈련 중이라고 한다. 국정원은 관련 증거로 위성사진 3장도 제시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우크라이나 군 산하 전략소통센터(SPRAVDI)는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이 러시아로부터 보급품을 받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 X 계정에 공개했다. 러시아 측이 북한 군인에게 군복과 군화 등을 원활하게 지급하기 위해 한글 설문지까지 준비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북한이 군사물자 지원을 넘어 지상군을 파병한 것은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이후 처음이다. 외화벌이를 위해 소규모 군사고문단 등을 보낸 적은 있었으나 전투 수행을 목적으로 대규모로 정예 병력을 파견한 전례는 없었다. 북한이 지난 6월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사실상 부활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대한 조약'을 러시아와 체결하면서 큰 틀의 '전략적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총·포탄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제공하는 단계를 넘어 병력까지 파견하고, 그 반대급부로 막대한 외화와 함께 핵·미사일 고도화에 결정적인 첨단 기술을 이전받는 큰 그림이 점쳐진다. 양국이 세계 평화와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위협하는 '혈맹'으로 묶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파병은 국제안보 질서 측면에서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당장의 우크라이나 전쟁 판도의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병력 부족에 시달려온 러시아로서는 천군만마와 같은 북한 군의 지원으로 주요 전선에서의 공세를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제3국인 북한이 러시아 편에 가담한 데 따른 맞대응 차원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일부라도 참전할 경우 전쟁의 성격 자체가 바뀔 수 있다.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세계대전을 향한 첫 단계라며 3차 세계대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도 직접적 위해가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러시아를 뒷배삼은 북한이 '오판'을 내리고 다양한 형태로 도발의 수위와 강도를 높여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동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위배하는 행위다. 외교력과 정보망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고 국제사회와 공동전선을 펴면서 북한의 러시아 군사지원이 더 확산되지 않도록 압박을 가하는 게 필수다. 유엔은 물론이고 유럽연합(EU)과 나토 등 국제질서의 규범에 기반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또는 기구들과 힘을 합쳐 제재 강화 등 다각도의 협력 방안을 강구하는게 중요하다. 한·미·일 등 11개국이 새 대북 제재 감시기구인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을 출범시킨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의미있는 행보다. 그런 한편으로 북·러관계 진전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중국을 외교적으로 끌어안고, 악화일로의 한·러관계가 파탄 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는 외교적 지혜도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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