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연은 '택쪽이'"vs"이병헌 형은 '거짓말쟁이'"…당신의 선택은? [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입력 2024-04-16 11:15:01 수정 2024-04-16 11:15:01


(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진실 공방이 치열하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훈훈했다. 두산 베어스 신인 우완투수 김택연(19)은 지난 1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데뷔 첫 홀드를 기록한 뒤 팀 동료이자 2년 선배인 좌완투수 이병헌(21)을 떠올렸다.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8일까지 2군서 재정비하며 이병헌의 인터뷰 기사를 봤다는 것.

김택연은 "형이 나를 잘 챙겨주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말 감동이었다. 형 밑에 막내가 나 하나라 형이 모든 것을 다 알려준다. 인수인계를 잘해줬다"고 말한 뒤 "아마 날 놀리는 것도 좋아할 것이다"고 미소 지었다.

이후 두산의 홈구장인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이들을 다시 만났다. 이병헌은 "(김)택연이의 재능은 누구보다 뛰어나다. 하루빨리 1군으로 돌아와 멋진 모습을 보여줬으면 했다"며 "그게 택연이에게도, 팀에도 좋은 일이라 얼른 오라고 한 것이다.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에 한 말이었다"며 입을 열었다.

금세 본심이 튀어나왔다. 이병헌은 "택연이가 없으면 내가 막내다. 빨리 와 나 대신 아이스박스도 끌고 불펜 문도 열어야 하지 않겠나. 여러 의미를 담았다"며 "솔직히 택연이에게 장난을 치면 반응이 너무 재밌다. 그래서 계속 하게 된다. 물론 택연이도 내게 장난을 건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후배에게 어떤 일을 인수인계해 준 것일까. 이병헌은 "아이스박스 챙기는 법, 불펜 문을 여는 타이밍 등이다. 날이 더 더워지면 불펜 쪽에 수건을 미리 챙겨놔 투수들이 땀을 닦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누군가 시키기 전에 알아서 척척 해놓으면 칭찬 받지 않을까 싶어 미리 택연이에게 말해줬다. 택연이도 내게 많이 물어보곤 한다"고 설명했다.

두산 내에서 김택연의 별명은 '택쪽이(택연+금쪽이)'다. 음식을 자주 흘리고 먹어 선배들이 붙여줬다. '택쪽이'가 막내의 임무는 무사히 수행 중인 걸까. 이병헌은 "가끔 내가 한다. 많이 도와주려 한다"며 이마를 짚었다.



한 가지 제보에 나섰다. 이병헌은 "얼마 전 택연이와 같이 밥을 먹었는데, 택연이가 일어난 뒤 의자를 보니 밥풀이 다 묻어 있더라. 워낙 흔한 일이라 자연스러웠다. '택쪽이'라는 별명을 내가 만든 것은 아니지만 참 잘 지은 것 같다"고 전했다.

순간 김택연의 눈이 커졌다. 김택연은 "진짜 거짓말이다. 말도 안 된다"며 "내가 앉아있는데 어떻게 (그 밑에) 밥풀을 흘리나. 내 몸은 그렇게 조그맣지 않다. 요즘 거짓 소문이 많은 것 같다"며 펄쩍 뛰었다. 김택연은 신장 181cm, 체중 88kg으로 건장한 체격을 자랑한다.

증인 최지강(23)이 등장했다. "난 밥풀 못 봤는데"라고 하자 김택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거봐요 아니잖아요. 와 (이)병헌이 형 너무하다"며 힘줘 말했다. 그때 최지강이 "아니, 너 흘리긴 흘렸어. 빨간색"이라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기다렸다는 듯 "택연이가 내 쫄면도 가져갔다"고 고자질했다.

김택연은 "사람이라면 밥 먹다가 조금씩 흘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어쩔 수 없다. 안 흘리고 먹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사태의 진정을 위해 야구 이야기를 꺼냈다. 인천고 출신인 김택연은 올해 1라운드 2순위로 최상위 지명을 거머쥔 채 두산에 입단했다. 서울고를 졸업한 이병헌 역시 2022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촉망받는 기대주였다. 프로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현재, 서로의 투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택연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병헌이 형을 본 적 있다. 인천고와 서울고가 결승전에서 맞붙었는데 형이 엄청나게 잘 던졌다"며 "진짜 깜짝 놀랐다. '좌완투수가 어떻게 저런 공을 던질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갑자기 이병헌이 "할 말이 있다"며 손을 들었다. 이병헌은 "한 번은 택연이가 내게 '형 구속 몇 나왔어요?'라고 묻길래 151km/h 나왔다고 했다. 그랬더니 '151 뒤에 몇이에요?'라고 묻더라"며 "151.2km/h라고 하니 '아직 저보다 느리시네요'라고 하더라"고 일화를 소개했다.

김택연은 "이건 정말로 거짓말이다. 병헌이 형의 말 중 80%는 가짜라고 보시면 된다. 20%만 믿으시면 충분하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어 김택연은 "형은 놀라운 투수다. 좌완이 150km/h대 공을 던지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등판할 때마다 151~152km/h의 공을 구사하는데 그런 투수는 한국에서도 흔치 않다"며 "형은 두산 불펜에 큰 힘이 된다. 그래서 너무 좋다"고 박수를 보냈다. 그는 "형이 등판하면 안정감이 든다. 항상 한 이닝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다"며 "더그아웃에서 봐도 '막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믿음이 간다"고 치켜세웠다.

이병헌은 "택연이는 수치로 보나 직접 눈으로 보나 정말 좋은 투수다. 형들과 함께 감탄하면서 택연이의 투구를 볼 때가 많다"며 "난 신인 때 이렇게 못했다. 신인임에도 잘하는 택연이가 멋있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택연이를 보면 나도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택연이의 투구는 내게 긍정적인 의미로 작용한다"며 눈을 반짝였다.

둘은 사이좋게 사진 포즈를 의논하며 원만한 합의를 마쳤다. 자발적으로 함께 하트를 만드는 등 우정을 뽐냈다.



<에필로그>
인터뷰 말미 이병헌은 팀 선배 곽빈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올해 이병헌을 필승조로 중용하고 있다. 지난 12일 잠실 LG전서 이병헌은 선발투수 곽빈의 승리를 날렸다.

두산이 1-0으로 앞서던 7회초 곽빈이 2사 1, 2루를 만든 뒤 이병헌에게 공을 넘겼다. 이병헌은 상대 문성주와 구본혁에게 각각 1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점수는 1-2로 뒤집혔고 두산은 그대로 패했다. 곽빈의 책임주자 두 명이 모두 득점해 곽빈의 최종 성적은 6⅔이닝 2실점이 됐다. 패전도 곽빈의 몫이었다.

이병헌은 "그날 확실하게 막아내지 못한 게 너무 마음 아팠다. (곽)빈이 형에게 다음 경기부터 잘 싸우겠다고, 다음에는 꼭 막아드릴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아직도 형에게 정말 죄송하다. 내가 형이었어도 무척 아쉬웠을 것 같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아웃카운트 하나일 뿐인데 그 하나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해 팀이 패배에 빠졌다"며 속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모든 형들, 선배님들이 다 '괜찮다. 앞으로 너로 인해 이길 경기가 더 많을 테니 한 경기로 너무 신경 쓰지 마라'라고 말씀해 주셨다. 덕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병헌은 이튿날인 13일 잠실 LG전에도 구원 등판했다. 5-1로 앞선 6회초 출격해 첫 타자로 문성주를 다시 만났다. 루킹 삼진으로 요리해냈다. 1⅓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5-2 승리에 기여했다. 한 뼘 더 성장했다.


사진=최원영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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