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보경의 '우승 메달' 분실 헤프닝..."세리머니 하는데 뭔가 허전하더라" [LG V3]
엑스포츠뉴스
입력 2023-11-14 13:18:22 수정 2023-11-14 13:18:22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LG 트윈스 내야수 문보경이 또 한 번 환희의 순간 중요 물품을 분실하는 헤프닝을 겪었다. 이번에도 다행히 빠르게 회수가 이뤄졌다.

LG는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승제, LG 3승 1패) 5차전에서 KT 위즈를 6-2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문보경은 이날 6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출전, 4타수 2안타 1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LG의 'V3'에 힘을 보탰다. 2회말 첫 타석에서 우전 안타로 타격감을 끌어올린 뒤 LG가 5-1로 앞선 6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를 쳐내 귀중한 추가 득점의 발판을 놨다. 이후 박동원의 희생 번트로 3루까지 진루한 뒤 문성주의 적시타 때 홈 플레이트를 밟았다. 

문보경은 시상식 종료 후 "앞선 1~4차전보다 더 떨리는 마음으로 뛰었다. 이 경기를 이기면 우승, 1승만 더하면 된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며 "1회를 시작할 때 어지러울 정도로 긴장했다. 2회말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잘 풀렸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문보경은 LG팬들이 '문보물'이라는 애칭으로 부를 정도로 트윈스의 2020년대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선수다. 1군 데뷔 첫해였던 2021 시즌 타율 0.230(278타수 64안타) 8홈런 39타점 3도루로 가능성을 보여준 뒤 지난해 타율 0.315(406타수 128안타) 9홈런 56타점 7도루로 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로 성장했다.

문보경은 올 시즌 LG의 정규리그 1위 등극에 크게 기여했다. 타율 0.301(469타수 141안타) 10홈런 72타점 9도루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지난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주전 1루수로 금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한 달 뒤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까지 맛보면서 자신의 야구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지난해 가을야구에서의 아픔도 씻었다. 문보경은 키움 히어로즈와 맞붙었던 2022 플레이오프에서 승부처 작전 실패로 1년 동안 적지 않은 가슴앓이를 했다.  

문보경은 당시 LG가 4-6으로 끌려가던 3차전 8회초 무사 1·2루에서 희생 번트를 시도했지만 키움 투수 김재웅의 슈퍼 캐치에 뜬공으로 잡혔다. 2루 주자가 미처 귀루하지 못해 병살타로 연결됐고 LG는 3차전을 패했다. 이튿날 4차전까지 지면서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키움에게 넘겨줬다.



문보경은 이 때문에 "한국시리즈에서 홈런을 친 것보다 번트 성공이 솔직히 더 기뻤다"며 "솔직히 경기 중에 생각이 안 날 수가 없더라. 2차전 때 번트 사인이 나오자마자 불현듯 작년 플레이오프가 떠올라서 긴장했는데 그래도 내 희생 번트 이후 팀이 (박동원의 역전 홈런으로) 이겼고 이 순간이 더 좋았다"고 웃었다.

한국시리즈 맹타의 비결로는 적극적인 타격을 꼽았다. 문보경은 한국시리즈 기간 타율 0.471(17타수 8안타) 1홈런 4타점 OPS 1.241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타율 0.214(14타수 3안타) 1타점과 비교하면 큰 경기에 강한 선수로 거듭났다.

특히 지난 11일 4차전에서 LG가 3-0으로 앞선 6회초 팀 승기를 굳히는 쐐기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KT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놨다. 5차전에서도 장타를 생산하면서 '보물' 같은 역할을 해냈다. 

문보경은 "한국시리즈에서는 시즌 때보다 더 과감하게 치려고 했다. 공을 보려고 하면 카운트가 불리하게 몰릴 것 같았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올해는 내게 100점을 줘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성적으로 올해를 마쳐서 후련하지만 내년, 내후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더 많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고 싶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이 있는데 앞으로 오직 팀 성적만 바라보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올해 아시안게임 금메달,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좋은 경험을 많이 했는데 앞으로 내가 선수 생활을 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될 것 같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우승 확정 순간도 재치 있게 돌아봤다. 문보경은 LG 클로저 고우석이 9회초 1사 후 조용호를 삼진으로 처리하고 5차전 26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았을 때 문득 우승 확정 기념구가 자신에게 온다면 잘 챙겨야 한다고 다짐했다.

문보경은 지난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만과 결승전에서 한국의 금메달 '위닝 볼'을 너무 흥분한 나머지 1루 미트와 함께 그라운드에 내던졌던 사례가 있다. 당시 심판진이 이 공을 습득해 한국 더그아웃에 전달하면서 한국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물품이 추가됐다.

문보경은 "(고) 우석이 형이 9회에 딱 2아웃을 잡는 순간 만약 내가 1루에서 땅볼을 잡거나 송구를 받으면 공부터 뒷주머니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내게 타구가 안 오더라. (신) 민재형에게 직선타로 잡히는 걸 보고 편하게 글러브를 던지고 동료들에게 뛰어갔다"고 입담을 뽐냈다.



문보경은 다만 한국시리즈 우승 메달을 잠시 분실했었다. 시상식, 세리머니 과정에서 메달이 목걸이에서 떨어졌고 이를 뒤늦게 알아차렸다. 그라운드가 꽃가루, 리본 등으로 가득 차있어 메달을 찾기 쉽지 않았지만 LG 프런트가 빠르게 발견해 문보경에게 다시 전달했다.

문보경은 "메달을 잃어버렸었다. 나는 모르고 있었는데 목걸이가 뭔가 허전해서 봤더니 메달이 없었다"며 "너무 신나서 뛰어다니느라 메달이 떨어진 줄도 몰랐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고아라 기자/박지영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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