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주거지로 한정…범죄 위험 등 장소 적절성 우려
별도 공간이나 공개된 장소 필요…중개 앱 "법 개정 요구"
별도 공간이나 공개된 장소 필요…중개 앱 "법 개정 요구"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최근 영어 과외를 받고 싶다며 만난 또래 여성을 잔혹하게 살인한 정유정 사건과 관련해 안전한 과외 장소를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과외 장소는 학습자나 교습자 주거지와 같은 폐쇄적인 곳으로 제한돼 또 다른 범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7일 부산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에는 개인과외 교습 장소를 학습자의 주거지, 교습자의 주거지로써 단독주택 또는 공동주택으로 한정하고 있다.
즉 카페나 스터디룸 등과 같은 다수가 모이는 개방적인 장소에서 과외를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의미다.
만약 이러한 불법적인 장소에서 과외가 이뤄질 경우 교습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과외 장소가 주거지 이외에서 이뤄지는 것과 관련해 신고가 들어오면, 관할 교육청에서 점검을 나가 확인한 뒤 당사자를 상대로 고발 조치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외 교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자신 혹은 학생의 집에서 과외를 할 수밖에 없다.
고등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박모(27)씨는 "주거지 이외 공간에서 과외 교습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해 할 수 없이 학생 집에서 하고 있다"며 "학생 측 부모님이 맞벌이로 집이 비어있을 때가 잦아 불안한 적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카페처럼 개방적인 장소에서 수업하더라도 장시간 이용에 불만을 가진 점주가 신고라도 하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므로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과외 교사와 같은 성별이나 어린 학생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과외 업계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불법을 감수하고 카페나 스터디룸 등에서 교습하는 사례가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자택 수업이 훨씬 많다"며 "교습자들이 과외 장소를 학습자의 자택으로 협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과외를 계기로 일어난 각종 범죄는 대부분 학습자나 교습자의 주거지처럼 폐쇄적인 장소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과외를 원한다며 고등학생인 것처럼 속여 여대생을 집으로 유인한 뒤 성폭행하려던 남성이 검거됐다.
2021년에는 과외 광고를 보고 연락해온 여대생을 자신의 주거지로 유인해 성폭행하고 한 달여간 감금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정유정이 이용한 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앱)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안전한 과외 장소를 확보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정유정 사건과 관련해 개인 신분 인증도 강화해야 하지만, 안전한 과외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 교습자 안전 측면에서 더 중요한 문제"라며 "2021년부터 과외 공간 예약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나 현행 법령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게 돼 추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위법적이지 않은 선에서 안전한 과외 장소를 물색해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학원법 개정을 위한 헌법소원도 검토 중이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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