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반짝 호황' 종료…고금리·고물가에 지출 자제 영향도
(서울=연합뉴스) 송정은 기자 이도흔 수습기자 =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사가 줄면서 인테리어 업체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4∼15일 찾은 서울 중구 방산시장 타일·벽지·조명 거리에는 곳곳마다 '임대'가 붙은 가게가 눈에 띄었다. 너댓곳 중 하나는 비어있는 듯했다.
이곳에서 20년간 벽지업체를 운영해온 한유봉(49)씨는 "집을 새로 사지 않으니 인테리어 문의 자체가 많이 줄었다"며 "보통 하루에 10∼12팀이 가게를 찾았는데 올해 들어서는 하루 평균 문의가 1∼2건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운영하는 가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이 줄기 시작하더니 올해 들어서는 적자로 전환했다고 한다. 한씨는 업계 불황이 길어질 것 같아 사업을 접을지 고민하는 중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방산시장 내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유정덕(43)씨도 "날이 풀리기 시작하는 봄에는 원래 이사하는 사람도 많아지는데 지난달부터 하루에 한 팀도 가게를 찾지 않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타일·욕실용품 가게에서 일하는 한상균(38)씨는 "300평짜리 창고에 자재가 계속 쌓이고 있다"며 "'셀프 인테리어'가 활발해진 탓이라기보다는 건설 경기 불황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짚었다.
19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주택 매매거래량은 2천641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4천831건)과 비교해 45.3% 급감했다.
인테리어 업계는 코로나19 유행 당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자 반짝 호황을 맞기도했지만 방역 규제가 풀리면서 다시 수요가 줄어들었다.
방산시장 조명가게 직원 김기용(38)씨는 "1년 전 이맘때와 비교하면 매출이 반토막"이라며 "코로나19 유행 초반에는 집을 꾸미는 사람이 늘어 가게가 잘 됐지만 지금은 다시 급감했다. 온라인 상점이라도 열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전했다.
중구청 전통시장과 관계자도 "지난해 말부터 눈에 띄게 방산시장 상인이 힘들어졌다는 말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을지로4가 가구거리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거리 가구업체 13곳 중 5곳은 가게를 부동산에 내놓은 상태로 영업 중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23년째 가구업체를 운영한 박영택(60)씨는 석달 전 가게를 내놨다.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겨울부터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권리금을 20%나 낮췄는데도 가게가 나가지 않아 보증금만 까먹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옆집 가구업체 사장 정모 씨는 "가구거리 상인 사이에서는 지금이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보다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소비자들도 인테리어 자재 비용이 올라 부담되다 보니 계약을 망설이는 분위기다.
방산시장 바닥재 업체를 찾은 장현미(58)씨는 올봄 집을 새로 꾸미려다가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발길을 돌렸다.
장씨는 "이곳이 동네보다 저렴하긴 해도 지출이 꽤 나갈 듯해 일단 계약하지 않았다"고 했다. 장씨는 30평짜리 집 장판을 새로 까는 데만 310만원이 든다는 말을 들었다.
바닥재 업체 사장 임모(52)씨는 "인상된 원자재 가격의 10%만 장판 가격에 반영했는데도 손님들은 비싸다고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예비부부가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신혼집이 구축이라 수리하려는데 견적이 7천만원이 나왔다. 대출해 인테리어를 새로 하자니 너무 무리하는 것 같다", "셀프로 인테리어를 할 지, 업체에 맡길지 고민된다"는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원자잿값·인건비 인상으로 인테리어 업체 수익이 악화하는 영향도 있지만 부동산 거래 감소로 이사하는 사람 자체가 줄었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고금리 기조로 올해 연말까지는 불황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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