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성차별 등 사회적 스트레스도 화병 키운다"
연합뉴스
입력 2022-05-15 06:11:01 수정 2022-05-15 06:11:01
보건사회연구 '화병관련 요인 상관관계 메타분석' 논문
"'정당한 세상' 믿음 클수록, 공정성 인식할수록 화병 적어"
"일·가정 양립, 기득권 문화 개선 등 거시적 개입 필요"


남성 히스테리ㆍ화병 (PG)[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화병은 흔히 중년 여성이 경험하는 병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남성이나 다양한 연령 집단에서도 고르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화병에는 스트레스나 가사 부담 같은 개인적인 요인이나 부부 갈등 등 가족관계뿐 아니라 불공정 경험이나 성차별 인식 같은 사회구조적 상황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병은 분노와 억울함 등 부정적 정서가 해소되지 않은 채 누적돼 나타나는 만성화된 분노증후군이다.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정신의학적 증후군으로, 단일 병명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근호에 실린 '화병 관련 요인 상관관계 메타분석'(김진현·한지나)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화병과 관련한 25편의 논문을 메타분석해 다양한 요인과 화병 사이의 상관관계를 살펴봤다.

이들 논문이 담고 있는 143개의 상관관계 데이터를 분석해 각각의 요인이 화병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효과크기(effect size)'로 제시했다. 효과크기를 나타내는 상관계수가 제로(0)이면 상관관계가 없음을 뜻하며, 수치가 클수록 상관관계가 크다는 의미다.

분석 결과 성별과 화병 사이의 상관관계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고,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에서 상관계수가 유의미하게 커 화병은 연령대와 상관없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여러 요인을 '개인', '가족관계', '사회관계'로 나눴는데, 흔히 알려진 개인이나 가족관계 요인뿐 아니라 사회관계 요인도 화병과 상관관계가 큰 것이 확인됐다.



성차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미 알려진 대로 개인 영역의 심리적 유연성(0.727)·자아존중감(0.664)·분노조절(0.391)·갱년기증상(0.630), 가족관계의 부부친밀감(0.620)·부부간 의사소통(0.524), 이혼의도(0.720), 양육스트레스(0.639) 등의 상관계수가 높은 편이었다.

우울, 외적속박, 갱년기증상, 스트레스에 대한 소극적 대처, 발달장애자녀 양육스트레스, 이혼의도, 가사 및 양육 스트레스 등이 화병증상을 증가시키고 심리적 유연성, 자아존중감, 부부친밀감, 결혼만족도 등이 좋거나 긍정적이면 화병 증상은 적었다.

이런 개인적·가족관계 요인뿐 아니라 정당한 세상 믿음(0.403), 절차 공정성(0.340), 분배 공정성(0.330), 부당함(0.480), 성차별 경험(0.292), 성역할 고정관념(0.370) 등 사회관계 요인도 상관계수가 화병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정도로 컸다.

정당한 세상에 대한 믿음이 크고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좋을수록 화병 증상이 적게 나타나고, 성차별 경험이 많고 성역할 고정관념이 강할수록 화병 증상을 많이 경험했다.

논문은 "화병을 다양한 연령집단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한국 사회의 사회문화적 현상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한국사회의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사회구조가 한국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주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차별, 성역할 고정관념, 공정성 등 사회문화적 요인들에 의해 발생하는 화병증상에 대한 치료를 위해 거시적인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며 "양성평등적 일가정 양립지원 정책, 불공정한 기득권 문화의 개선, 노동시간 단축, 직장 내 문화 개선을 위한 제도적 노력,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 노력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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