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에서 벗어나려면 고통을 직면하라…신간 '도파민네이션'
연합뉴스
입력 2022-03-28 10:54:23 수정 2022-03-28 10:54:23


도파민의 화학 구조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유전자 조작으로 도파민을 생성할 수 없게 된 쥐는 음식을 찾지 못한다. 음식이 코앞에 놓여 있어도 굶어 죽는다. 하지만 음식을 입에 넣어주면 잘 먹으며 즐기는 듯 반응한다.

유전자 조작 쥐의 사례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이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준다. 도파민은 보상 자체의 쾌락을 느끼는 과정보다 보상을 얻기 위한 동기부여 과정에 관여한다. 그래서 특정 행동이나 약물의 중독 가능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쓰인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초콜릿은 뇌의 도파민 생산량을 55% 늘렸다. 도파민 분비는 니코틴을 투여했을 때 150%, 코카인의 경우 225% 증가했다.

신간 '도파민네이션'은 중독에서 벗어나 삶의 균형을 찾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미국 스탠퍼드 중독치료센터 소장인 저자 애나 렘키는 자극이 넘쳐나는 현대사회의 인간은 누구도 중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진단한다. "스마트폰은 컴퓨터 세대에게 쉴 새 없이 디지털 도파민을 전달하는 현대판 피하주사침이 됐다."

신경과학은 쾌락과 고통이 뇌의 같은 영역에서 처리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도파민의 작동방식만큼이나 중독을 해결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한다. 쾌락과 고통은 저울의 양쪽에 달린 추처럼 작동한다. 쾌락을 경험할 때, 도파민이 분비되고 저울은 쾌락 쪽으로 기운다. 평형을 유지하려는 저울의 속성상 한번 쾌락에 기울었던 저울은 반작용에 의해 고통 쪽으로 기울게 된다. 중독 증상의 고통은 쾌락의 대상을 경험해도 더이상 흥분을 맛보지 못하는 비참함에서 비롯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결과적으로 지금의 우리는 더 많은 보상을 얻어야 쾌감을 느끼고, 상처가 덜하더라도 고통을 느낀다"고 말한다. 대부분 국가에서 점점 많이 쓰이는 약물치료가 궁극적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고통을 잠시 완화하는 수준을 넘어 감정 자체를 무뎌지게 하기 때문이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우울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슬픈 상황에서 눈물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은 고통과 직면하는 일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흡연자가 담배를 쓰레기통에 버리듯, 자신과 중독 대상 사이에 의도적으로 장벽을 두는 '자기 구속'도 고통을 직면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저자의 해법은 현대인에게 행복이라는 가치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도파민의 도움으로 세상에서 일시적으로 도피하는 대신, 세상과 자신의 삶에 몰입함으로써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흐름출판. 김두완 옮김. 316쪽. 1만8천원.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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