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피해 배상 놓고 학교·총학 이견…본관 점거도 계속
"여대는 걸러"·"한남들 난리" 남녀갈등 재점화 양상
"여대는 걸러"·"한남들 난리" 남녀갈등 재점화 양상
(서울=연합뉴스) 이율립 기자 = 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중단하기로 하며 학생들의 점거 농성은 일단락되는 모습이지만, 이번 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24일 현재 사회관계망(SNS) 등을 가장 뜨겁게 달구는 쟁점은 '래커칠'로 상징되는 학교 측의 시위 피해를 누가 책임지냐다.
총학생회와 대학 처장단의 21일 면담 내용에 따르면, 취업설명회 부스 등의 파손으로 설명회 주관 업체가 청구한 피해액 3억3천여만원에 대해 양측 모두 "낼 생각이 없다"고 맞섰다.
총학 측이 "(과격 시위는) 학생회 주도하에 진행된 게 아니라 불특정 다수 학우들이 분노로 자발적으로 행동한 것"이라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하자, 학교 측이 "여러분이 학생의 대표 아니냐"며 반박한 것이다.
현재 학교 측은 래커칠 제거 및 학내 청소 비용 등 피해 복구에 최대 54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며, 법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동덕여대생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오픈채팅방 캡쳐에선 "(배상액을 학생총회 참석자) 2천명이 나눠서 부담하자"는 주장과 "대표자 몇 명이 책임지면 될 일"이라는 반론이 오가기도 했다.
다만 일부 학생은 이 채팅방을 재학생이 아닌 외부인이 만들었다며 대화 내용도 허위라고 주장한다.
학생들의 본관 점거도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다. 총학생회는 실효성 있는 학생 의견수렴 방안과 남녀 공학 논의 전면 철회 등을 요구하며 본관 점거 농성은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총학생회와 처장단은 오는 25일 이와 관련한 추가 면담을 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남녀 갈등'이라는 해묵은 논쟁도 다시 고개 들고 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 등에선 "특정 여대 출신은 앞으로 거르겠다"는 글들이 올라오며 정부가 성차별이 아닌지 실태 조사에 나섰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의 외모를 품평하거나 조롱하는 듯한 혐오 게시글도 적잖이 올라오고 있다.
반면 여초 커뮤니티에선 동덕여대 설립자 흉상을 방망이로 내려치는 학생을 옹호하며, "생명도 없는 고체 덩어리에 불과한 흉상에 감정 이입해 난리 치는 한남들"이라는 등의 남성 비하 발언도 오가는 상황이다.
동덕여대 사태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남녀공학 전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이런 논란의 여파에 상대적으로 가려진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학령인구가 줄고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진 상황에서 더 이상 여대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여성의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은 2015년을 기점으로 남성을 앞서 올해 76.9%에 달한다. 남성은 73.1%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는 연합뉴스에 "여대가 시대적 필요성이 있다거나 여성에 대한 여러 불이익을 해소해 조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임금이나 고용 형태 등에서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이 여전하기 때문에 여성을 위한 교육, 연구 공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3월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12년 연속으로 꼴찌에 올랐고, 여성가족부는 지난 9월 공시 대상 회사에 다니는 남녀 임금 격차가 26.3%라고 밝혔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이 지표들을 언급하며 "여대는 성평등의 디딤돌로서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했다.
2yulri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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