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의 재탄생] 얼음 만들던 포항 옛 냉동창고,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 편집자 주 =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인구이동으로 전국에 빈집이 늘고 있습니다. 해마다 생겨나는 빈집은 미관을 해치고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우범 지대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농어촌 지역은 빈집 문제가 심각합니다. 재활용되지 못하는 빈집은 철거될 운명을 맞게 되지만, 일부에서는 도시와 마을 재생 차원에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매주 한 차례 빈집을 주민 소득원이나 마을 사랑방, 문화 공간 등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를 조명하고 빈집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한때 얼음을 실어 나르던 수협 냉동창고가 이제는 책을 읽고 전시를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경북 포항 동빈내항 옆 '동빈문화창고1969'는 산업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재해석한 도시재생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9일 포항시 북구 동빈1가에 자리 잡은 동빈문화창고1969.
이곳에서 만난 30대 부부는 "지나가면서 보기는 했는데 들어와도 되는지 몰랐다"면서 "막상 들어와서 보니 이렇게 앉아서 책도 볼 수 있어서 상당히 괜찮다"라고 말했다.
동빈문화창고는 전시장, 휴식공간, 영상 상영실, 북라운지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선 복합문화시설이다.
이날 1층 전시장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만든 제품을 전시하는 '전국로컬교류팝업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소품, 티셔츠, 반려견 먹거리, 사과 음료, 디저트, 커피 등 다양한 제품이 전시돼 오가는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다목적홀에서는 영상이 상영됐고 이벤트홀에서는 지역에서 만든 책, 포항을 소재로 한 책 등이 전시돼 있었다.
곳곳에 대형 콩주머니처럼 생긴 빈백이 놓여 있어 편안하게 눕거나 앉아서 책을 보거나 쉬는 주민이 보였다.
2층에는 바다와 항구를 내다볼 수 있게끔 큰 창이 나 있는 커피숍과 북라운지가 있어 창가에 앉아 이야기하거나 혼자 조용히 앉아 있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동빈문화창고1969가 다른 지역에서도 더러 볼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들과 다른 점은 용도가 없어진 옛 건물을 리모델링했다는 점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포항문화재단의 문혜정 공간디자인팀장은 "동빈문화창고1969는 수협 냉동창고로 사용하던 산업유산이 문화유산으로 전환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동빈문화창고1969는 이름만 들어도 추측할 수 있듯이 1969년에 건립됐다.
당초 포항수협이 수산물을 저장하거나 얼음을 만들어 유통하던 냉동창고였다.
포항구항의 일부인 동빈내항과 접해 있어 수산물을 신선하게 유통하고자 얼음을 받아 가려는 어선들이 장사진을 치곤 했다.
냉동창고와 부두 사이에 난 도로 위에는 얼음을 이송하는 설비인 송빙교가, 바다와 바로 접한 부두에는 얼음을 잘게 부순 뒤 어선에 공급하던 쇄빙탑이 각각 있었다.
2018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는 냉동창고에서 만든 얼음이 도로 위 송빙교를 따라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수협이 2018년 인근 송도동에 제빙시설을 새로 지어 이전하면서 냉동창고는 용도가 폐기돼 빈 곳으로 남았다.

포항시는 포항구항 일대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핵심 사업으로 삼기 위해 2019년 6월 냉동창고를 사들였다.
이후 2021년 3월부터 리모델링을 시작해 지난해 12월 정식으로 개관했다.
냉동창고로 운영된 내력을 숨기지 않고 외부 송빙교, 쇄빙탑을 그대로 살렸고 내부에도 일부 냉동설비와 배관, 옛 현판 등을 보존했다.
'2호 냉동실', '관계자외출입금지' 표지 등 냉동창고로 사용하던 시절에 사용하던 안내판도 그대로 남겨 색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동빈문화창고1969 운영을 맡은 포항문화재단은 각종 행사를 위해 공간을 빌려주고 지역 문화예술 활동의 허브 역할을 하도록 다양한 전시·공연을 마련하고 있다.
이상모 재단 대표이사는 "동빈문화창고1969가 앞으로 융복합 창작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킬러콘텐츠 확보와 아카이브 구축, 전시·창작 지원 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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