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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법원, 앨라배마주 '질소가스 사형집행 불허' 유지

연합뉴스입력
이유 설명 없이 '서명 없는 명령' 방식으로 6:3 결론만 제시
미국 앨라배마주 사형수 제프리 리 [앨라배마주 교정청 제공 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크레딧 원문 표시 필수] (Alabama Department of Corrections via AP)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앨라배마주의 '질소가스 방식' 사형 집행을 불허한 하급법원 조치를 유지하는 결정을 11일(현지시간) 내렸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매체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밤 짧은 결정문을 내고 '사형수 제프리 리(49)에 대한 사형 집행을 금지한 하급심 가처분을 해제해 달라'는 취지의 앨라배마주 신청을 기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문은 관여 대법관들의 개별 의견 표명이나 서명 없이 법원 전체 명의로 나오는 이른바 '서명 없는 명령' 형식이다.

결정 이유 설명 없이 앨라배마주의 신청을 기각한다는 결론만 제시됐다.

대법관 중 클래런스 토머스, 새뮤얼 얼리토, 닐 고서치 등 보수 성향 대법관들 중 3명이 인용에, 나머지 보수 성향 대법관 3명과 진보 성향 대법관 3명 등 6명은 기각에 각각 손을 들어준 것으로 나와 있다.

사형수 리는 1998년 12월 12일 앨라배마주의 한 전당포에서 업주와 직원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배심원단은 재판에서 7대 5로 종신형을 권고했으나 당시 재판장은 권고를 따르지 않고 사형을 선고했다.

앨라배마주는 이처럼 재판장이 배심원단의 형량 결정을 따르지 않을 수 있는 제도를 2017년에 폐지했다.

리의 변호인단은 대법원 결정이 나온 후 낸 입장문에서 "배심원단은 종신형을 선택했다. 두 법원(지방법원과 항소법원)은 이 방식(질소 가스에 의한 사형 방식)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오늘 헌법이 승리했다"며 형량을 원래 재판 당시 배심원단 권고를 존중해 종신형으로 감형해 달라고 케이 아이비 앨라배마 주지사에게 촉구했다.

아이비 주지사는 대법원 결정으로 리 본인이 선택한 사형 방식을 집행하지 못하게 된 점에 실망했다면서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 실현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브 마셜 앨라배마주 법무장관 역시 이번 대법원 결정이 오판이라고 비판하면서 "주의 합법적 형이 집행되도록 하는 데 필요한 모든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법원 사건의 쟁점은 질소가스로 사형수를 질식시키는 앨라배마주의 사형 방식이 "잔혹하고 이례적인 형벌"(cruel and unusual punishment)을 금지한 미국 수정헌법 제8조를 위반하는지 여부였다.

'잔혹하고 이례적인 형벌'은 1689년 영국 의회에서 입법된 이른바 '권리장전'(Bill of Rights) 때부터 영미권 법조계에서 널리 쓰인 용어로, 이런 형벌을 금지한다는 원칙이 여러 국가들의 국내법과 다수의 국제 조약과 선언 등 국제법에 명시돼 있다.

앨라배마주는 2024년부터 일부 사형수들에 대해 얼굴에 마스크를 씌운 뒤 산소가 포함되지 않은 순수 질소를 주입해 산소 부족으로 질식사시키는 방식으로 사형을 집행해왔으며, 리가 8번째가 될 예정이었다.

주정부는 이 방식이 다른 사형 방식보다 더 큰 고통을 유발하지 않으며 합헌이라고 주장해 왔다.

미국에서 질소 가스 방식 사형이 실제로 집행된 것은 지금까지 8차례이며 그 중 7차례는 앨라배마에서, 1차례는 루이지애나에서 이뤄졌다.

리는 앨라배마의 질소 가스 사형집행 방식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냈고, 앨라배마중부 연방지방법원의 에밀리 막스 판사는 지난달에 리의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리의 불복 신청을 접수한 제11 연방항소법원의 3인 재판부는 이달 8일 막스 판사의 결정을 뒤집고 사형 집행 대상이 의식을 잃기까지 3분이 걸릴 수 있고 그사이에 상당한 고통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방지방법원 막스 판사는 항고 인용 후 다시 사건을 심리해 앨라배마주의 질소가스 집행 절차가 수정헌법 제8조를 위반한다고 판단했으며, 주정부는 사건을 연방대법원이 판단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법원 판단들은 질소가스로 질식시키는 집행 방식을 막은 것이며, 다른 방식으로 사형을 집행하는 것까지 금지한 것은 아니다.

limhwas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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