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파리지옥의 번개 같은 입닫기 원동력은…세포벽 연화 현상"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벌레가 닿으면 순식간에 덫의 입을 닫는 식충식물 파리지옥(Dionaea muscipula)의 빠른 움직임은 식물학계의 오랜 수수께끼였다.
파리지옥이 근육도 없이 이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바깥쪽 표피 세포벽이 급격히 부드러워져 저장된 탄성에너지 방출을 촉발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 요엘 포르테르 교수팀은 12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파리지옥이 입을 닫을 때 바깥쪽 표피 세포벽이 약 1초에 걸쳐 급격히 부드러워지면서 저장돼 있던 탄성에너지가 방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다윈 시대부터 연구돼 온 식물 운동의 대표적 모델인 파리지옥의 운동 비밀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며 파리지옥의 세포벽 연화 현상은 지금까지 보고된 식물 세포벽의 기계적 변화 중 가장 빠른 사례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리지옥은 곤충 등이 감각털(trigger hair)을 짧은 시간 안에 두 번 건드리면 전기 신호인 활동전위(action potential)가 발생, 두 개의 잎엽(lobe)으로 이뤄진 덫이 순식간에 닫히면서 먹이를 포획한다.
연구팀은 그러나 파리지옥의 이런 빠른 움직임을 실제로 유발하는 물리적 원동력이 무엇인지는 100년 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설명하는 유력한 가설은 삼투압 변화에 따른 물 이동이 덫 안쪽과 바깥쪽 조직의 팽창 차이를 만들어 입이 닫힌다는 수리학적(hydraulic) 메커니즘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파리지옥의 입닫기 과정이 물 이동에 의해 일어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덫의 3차원 형상 변화와 힘의 변화, 세포 내 압력, 조직의 기계적 특성 등을 여러 규모에서 측정했다.
먼저 덫이 실제로 닫힐 때 운동을 분석한 결과, 덫은 내부에서 수 초에 걸쳐 능동적으로 굽어지는 변형을 일으킨 뒤 저장된 탄성에너지를 한꺼번에 방출하는 '스냅 버클링'(snap-buckling) 현상으로 약 0.2초 만에 닫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덫을 얇게 절단하거나 강제로 열린 상태로 고정해 스냅 버클링 효과를 제거한 뒤 측정한 결과, 실제 입닫기를 유발하는 능동적 굽힘 과정은 약 3~4초에 걸쳐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세포 압력 탐침(cell pressure probe)과 조직 팽윤(swelling) 실험으로 물 이동 속도를 측정한 결과, 물이 덫 전체 두께를 통과하는 데는 30~150초가 걸리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이는 능동적 굽힘 운동이 일어나는 시간인 3~4초보다 훨씬 길어 물 이동이 입닫기의 직접적인 원인일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대신 덫 표면을 이루는 표피층의 기계적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안쪽 표피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바깥쪽 표피 세포는 자극 후 강성(stiffness)이 약 30% 감소했으며, 이런 연화 현상은 입닫기를 유발하는 굽힘 운동이 시작되는 시점과 거의 동시에 나타났다.
또 표면 형상 분석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자극 후 바깥쪽 표피 세포는 오히려 더 부풀어 오르고, 표피 세포벽은 40% 정도 더 연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바깥쪽 표피 세포벽이 급격히 부드러워지면서 내부 조직의 팽압에 의해 바깥쪽 표면이 더 크게 팽창하고, 이 차이로 잎이 급격히 휘어지면서 입닫기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는 물질 특성의 동적 조절에 기반한 새로운 식물 운동 방식을 보여준다며 이 새로운 구동 메커니즘은 연질 로봇공학과 스마트 소재 분야에서 근육 없이 움직이는 기술에 생물학적 영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Science, Yoël Forterre et al., 'Fast cell wall softening causes Venus flytrap closure', 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ed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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