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화 위험물질 사전 파악 못해'…완도소방관 사고 원인규명

(완도=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올해 4월 전남 완도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 2명이 순직한 사고는 발화 위험성이 큰 우레탄 폼이 창고 안에 있는지를 알지 못한 채 소방관들이 내부 진입을 했다가 발생했다는 소방 당국의 자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1인 다역'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는 지역 군 단위 소방서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완도 소방관 순직 사고의 원인을 조사한 순직사고소방합동조사단은 최근 이러한 내용의 분석 결과를 도출했다.
소방청·전남소방본부·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합동조사단은 지난 4월 20일부터 한 달간 냉동창고 화재 현장과 유사한 축소 모형을 제작해 실증 실험을 이어갔고, 당시 현장으로 투입된 대원들의 진술 등을 분석해 사고 원인을 규명했다.
합동조사단은 이번 순직 사고가 화재 현장의 위험 정보·요인을 충분하게 수집·파악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불이 난 냉동창고의 외벽 3면과 천장은 발화 위험성이 큰 우레탄 폼으로 시공돼 있었지만, 현장 대원들은 이러한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우레탄폼은 불이 붙으면 연소가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다량의 열·유독가스를 발생시키는데, 시공 사실을 알았더라면 공장 진입 대신 외부에서 진화 작업을 이어갔으리라는 것이 조사단의 판단이다.
실제로 화재 현장에 도착한 대원들은 공장 관계자를 구조한 뒤 공장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자 화재 진압을 위해 재차 안으로 진입했다가 변을 당했다.

인력 부족 문제도 사고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선착대는 펌프차 등 4대를 나눠 차고 출동한 완도소방서·해남소방서 소속 대원 총 7명이었다.
통상 펌프차 1대에는 3명이 탑승해 업무 분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상 인력인 12명보다 5명이나 작은 규모로 초동 대응에 나선 셈이다.
순직 소방관 중 1명도 주 업무는 구급대원을 보조하는 구급차 운전으로, 소방 인력 부족 탓에 화재 진압 지원 업무에 투입됐다가 사고를 당했다.
합동조사단은 인력이 부족해 사고가 난 것은 아니더라도 일인다역 업무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대응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사고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화재 현장의 위험 정보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체계를 보완하고 장기적으로 인력 보강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며 "화재 진압은 원칙적으로 2인 1조로 이뤄져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해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개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을 마무리한 합동조사단은 이를 토대로 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달 중에는 이러한 내용의 결과와 개선 대책을 브리핑 등의 방식으로 발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지난 4월 12일 완도군 한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는 진화 작업을 하던 고(故) 박승원 소방경·노태영 소방교가 화염에 고립돼 숨진 채 발견됐다.
da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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