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막바지라면서…최대쟁점 '이란 농축 우라늄 처리' 평행선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협상을 두고 '막바지'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지만 최대 쟁점이나 마찬가지인 이란의 농축 우라늄 처리를 두고서는 여전히 평행선이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고농축 우라늄에 대해 "우리가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확보한 뒤에는 아마 파괴할 것이라면서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게 놔두지 않겠다고 했다. 이란과 국제사회에서 제기할 법한 '확보 후 악용'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농축 우라늄의 해외 반출을 금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농축 우라늄 확보'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종전협상 타결의 전제로 '이란의 핵무기 보유 금지'를 내세워왔는데 그 중 농축 우라늄 확보가 핵심이다.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60%의 고농축 우라늄은 약 440㎏다. 미국이 확보할 수 있다면 가장 상징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로 자랑할 수 있다.
무기급으로의 신속한 전환이 가능한 '준무기급' 농축 우라늄을 포기시키고 미국이 확보했다는 것만으로도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를 뛰어넘는 크나큰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 동시에 전쟁 장기화를 비판하는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강력한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더구나 '실체'가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고농축 우라늄을 미국으로 반출해 처리하는 모든 과정을 홍보할 수 있다.
이란 내에 남겨놓고 저농축으로 희석하기로 합의한 뒤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검증 체계를 마련하는 등의 방식도 가능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이런 방안에 선을 그어왔다.
국제사회의 사찰 과정에서 불거지는 이견으로 합의 이행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됐다.

반대로 이란으로서는 농축 우라늄을 미국 수중에 넘기는 것이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란 정권으로서는 고농축 우라늄을 해외로 반출하지 않고 저농도로 희석하는 방안 등에는 열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쟁 발발 전 미국과 진행된 협상에서도 이 같은 방안이 논의됐다.
미국으로의 반출은 다른 얘기다. 미국에 고농축 우라늄을 넘겨주고 굴복했다는 '그림'야말로 이란 정권이 가장 원치 않는 시나리오다. '핵무기가 있는 북한은 미국의 공격을 받지 않고 있고, 핵무기가 없는 이란은 당했다'는 평가가 이란 안팎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이란 정권은 핵무기 보유의 '잠재력'을 자국 영토 내부 또는 우방국 안에 둬야 한다는 의지를 굳힌 것으로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농축 우라늄 반출 여부 말고도 농축권 인정 여부와 농축 기간, 핵시설 해체 등 이란의 핵무기 보유 저지와 관련해서는 여러 쟁점 사항이 있다.
여전히 입장차가 크기는 하지만 다른 쟁점들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도 조금씩 물러나는 징후가 보이고 있다.
IAEA의 사찰을 조건으로 이란이 평화적 목적의 제한적 핵활동을 유지하는 안에 대해 미국이 열려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우라늄 농축 유예(모라토리엄) 기간으로 미국이 20년을 제안했다는 보도에 선을 긋던 트럼프 대통령이 20년 정도면 수용할 수도 있다는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중대 쟁점들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협상의 기본적인 틀만 마련되면 하루빨리 종전을 선언하고 싶은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지율이 낮은 와중에 이란 전쟁의 계속으로 고물가가 이어지면 11월 중간선거 대패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축 우라늄 확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끝까지 놓기 어려운 '레드라인'이나 마찬가지다. 이란과의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협상 타결의 불확실성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중대 척도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농축 우라늄 처리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입장차를 파고 들고 있다.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5년 핵합의에 들어 있던 '러시아로의 반출'을 거듭 절충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란 전쟁 해결 기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협상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추정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신경쓰라'며 일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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